문병준-기업 구조조정 성공을 위한 4대 조건


동문기고 문병준-기업 구조조정 성공을 위한 4대 조건

작성일 2009-02-05

<포럼> 기업 구조조정 성공을 위한 4대 조건
 
- 문병준 / 경희대 교수·경영학 -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은행들이 기업에 대한 상시 신용평가 시스템을 활용해 오는 6월 말까지 전체 거래 기업의 부실 여부를 가릴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신용위험 평가를 기업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의미다. 채권은행들은 신용공여액 50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3월부터 본격적인 신용위험 평가를 한다고 한다.

2007년 말에 금융권 전체 여신 규모가 50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부활하면서 은행들은 50억원 이상 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 평가를 할 수 있는 기업 신용위험 상시평가 운영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상시위험 평가는 연말 결산을 기준으로 하는 정기평가와 상시로 부실징후 기업을 가려내는 상시평가 등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은행들은 50억원 이상 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조만간 정기평가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진다.

은행들은 우선 전체 기업 가운데서 3년 연속 이자보상 배율이 1.0 미만 및 영업활동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들 가운데서 ‘요주의 상당’ 이하 등급으로 분류된 기업들을 1차로 골라낼 예정이다. 그 후 영업 전망과 경영·재무위험, 해당 산업 전망 등을 반영한 세부 평가를 거쳐 이후 등급을 매길 예정이다. 은행들은 평가 결과를 토대로 6월 말까지 거래 기업을 4개 등급으로 나눈 뒤 C등급(부실징후 기업)은 기업개선 작업에 착수하고 D등급(부실 기업)은 정리하게 된다.

특히 이번 정기평가는 지난해 하반기에 경기가 극심하게 나빠진 영향이 결산에 반영돼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예년에 비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정부와 은행권은 업황이 나빠지는 자동차 부품업과 해운업, 반도체 부품·장비업체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어 이번 정기평가와 맞물릴 경우 올 하반기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과 금융 당국이 다른 업종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확대하는 것은 경제 회복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전체 산업에서 기업별 옥석을 가려 부실 기업으로 자금이 수혈되는 것을 차단해 금융권과 산업계의 리스크를 낮추는 한편 정상 기업에 자금이 더 흘러들어가도록 유도해 경제가 조기에 회복되는 것을 돕기 위해서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이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증대 및 수익 악화로 은행이 부실화하는 우려도 상존한다.

이렇듯 명암을 가진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후세에 회한을 낳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첫째, 목적 적합성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목적은 경제 회생인 만큼 경제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건설과 조선 외의 다른 업종으로 구조조정을 확대하면서 정상 기업이나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의 영업 활동이 활발해져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투명성이다. 은행들 간 평가 결과가 엇갈려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지 않도록 은행권 공통의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고 정치권의 입김을 철저히 배제하여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과 과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셋째, 상호작용성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인다는 은행들과 기업들의 반발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은행·업계 대표 간에 머리를 맞대고 긴밀히 대화하면서 수행해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신속 과감성이다. 물론 살릴 기업을 퇴출시키고 퇴출시킬 기업을 존속시키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건설 및 조선업종처럼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신속히 구조조정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2009-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