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위기 극복, 지도자부터 변해야


동문기고 권영준-위기 극복, 지도자부터 변해야

작성일 2009-02-04

[정치시평] 위기 극복, 지도자부터 변해야

- 권영준 / 경희대 교수·경영학 -

세계경제가 본격적으로 암흑의 터널로 진입하고 있다. 이미 IMF가 세계경제 전체성장률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로 공포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2008년도 4사분기 성장률이 -5.6%로 급락했고, 한은 총재가 공개석상에서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일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기존의 직장인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실직자가 된다는 것을 넘어, 이제 곧 쏟아져 나오는 80만명의 졸업생들이 학교 문을 나서자마자 청년실업자로 등록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위기보다 더 무서운 민주주의의 위기

미국의 전 대통령이었던 레이건은 “옆집 사람이 실직을 하면 경기침체(recession)고, 우리집 사람이 실직하면 불황(depression)”이라는 체감적 명언을 남겼다. 그렇다. 이제 우리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이 되면 통계적으로는 경기침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체감적으로는 대부분의 중산층 이하의 가정은 극심한 불황을 겪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경제양극화가 사회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는데, 앞으로 중산층이 급격히 몰락하는 한국형 불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사방에 두려움이 엄습해도 서로 믿고 의지할 수만 있다면 이 어두운 불황도 극복할 수 있으련만, 우리의 현실을 보면 경제위기 보다 더 무서운 민주주의의 위기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정부와 의견이 다르면 민간 경제연구원장들이나 산하기관장들을 임기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압박을 가해 사표를 내게 하는 정부가 과연 민주적 선진화 정부인가? 정부가 주식 한주도 갖고 있지 않는 증권선물거래소도 관치개입이 안 먹힌다고 세계적 추세와 정반대로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여 인사 회계 예산 등 모든 부문에서 간섭할 수 있도록 위헌적 조치를 취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미국의 새 대통령 오바마에 대해 국민들의 지지도가 80%를 초과해서 오히려 큰 부담이 된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오바마의 통합적 리더십과 중산층 이하에 대한 정책적 우선순위와 그의 비전이 화려한 취임사 보다 더 중요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다른 대통령들이 멋진 취임사로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면, 오바마는 말 보다 삶을 통한 자신이 바로 메신저 자체가 되어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강력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MB 정부가 곧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의 성과에 대해서는 이념지형에 따라 다양한 평가를 내리지만, 한가지 공통적으로 일치된 평가는 여론조사가 말해주듯이 신뢰받지 못한 정부였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취임사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정부수립 60주년을 맞는 정권으로서 정치·경제·사회 모든 부문에서 선진화를 실시한 원년정부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MB정부가 지난 1년간 선진화에 기여했는지 후진했는지를 묻는다면 그 답은 명약관화하다. 현 내각에 사람 자체가 메신저가 되는 상징적인 각료가 한명이라도 있는가?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서 사표를 낸 각료가 한명이라도 있는가? 메시지보다 더 중요한 게 메신저인데, 문제는 이 정부에는 삶으로나 정책으로나 메신저로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 신뢰위기의 원인이다.

립서비스가 아니라 모든 삶을 바치는 지도자

지난 500년 역사중에 영적으로나 물적으로 가장 막강했던 국가가 바로 영국의 빅토리아시대였다. 오늘날 우리에게 유익한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대의민주주의 제도도 바로 이 시대의 유산이다.

19세기 가장 선진화되었던 빅토리아시대는 바로 메시지로 립서비스한 지도자가 아니라 한평생 자신의 모든 재산과 삶을 바쳐 존경받는 국가를 위해 노예해방에 헌신했던 정치인 윌버포스라는 역사 속에 살아 있는 메신저로부터 출발되었음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일신문 2009-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