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상준-과장·왜곡된 ‘화성 생명체’
[과학칼럼] 과장·왜곡된 ‘화성 생명체’
- 김상준 / 경희대 교수 우주과학 -
지난 1월 중순경 일부 언론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 대기에서 메탄가스를 발견하였고 이는 화성의 지하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체가 뿜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류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 중의 하나이고 최소한 노벨상 감이다. 그러나 이 뉴스를 접하는 필자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화성에서의 메탄가스 발견은 이미 2003년경에 이루어졌고, 그 후 많은 학자들이 꼽은 여러가지 생성원인 중에 화성 지하의 미생물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었다. 그 언론 보도에 의하면 나사의 생명체 발견 발표는 학술적 논문에 의한 주장이 아니었고 기자들을 모아 놓고 하는 회견이었다.
지구 대기 중에 있는 메탄가스의 90% 이상은 생물에 의하여 생성되고, 10% 미만은 무생물적 화학반응에 의해 생성된다. 화성탐사선들이 보내온 화성 표면의 영상들은 생물체의 흔적이 없는 황량한 풍경뿐이라 생물에 의한 메탄가스 생성 가능성은 아주 작아 보인다. 화성 지하에 메탄을 포함한 만년빙하가 있다는 과학자들의 논지는 지구를 포함하여 원시의 행성 대기 속에는 다량의 메탄가스가 수증기와 함께 있었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 메탄가스가 차가운 화성 지하의 만년 빙하 속에 오랫동안 갇혀 있다가 조금씩 대기로 증발한다는 것이다. 이 메탄얼음은 우리나라 독도 주위의 심해 속에 다량 매장되어 있으며 연료로도 쓸 수 있다는 그 얼음과 유사하다.
나사의 기자회견을 보면 다양한 가능성들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제외시켰다는 언급이 없다. 이 기자회견은 10여년 전의 비슷한 나사 기자회견을 연상시킨다. 그 당시 나사는 화성운석에서 미생물 화석을 발견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그 화성운석이 지구에 머무는 동안 지구의 미생물에 의하여 오염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사 측은 이 의혹에 대하여 반박하지 못했다. 그 당시 미 정부로부터 예산 삭감의 압력을 받고 있던 나사는 국민들에게 무엇인가 보여줘야만 했다. 예산 확보를 위해 국민을 상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안을 가지고 로비를 한 셈이다. 그 기자회견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그 후 나사는 20여개의 화성탐사선을 보내는 화성 탐사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보내야 할 화성탐사선이 10여개 남아 있어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필요할 것이다.
한 세상 살아가는 동안 진실을 알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수많은 사이비 종교집단, 엉터리 영양식품들, 또 편견에 기인한 인종·지역·성 차별, 심지어는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과학자들도 당장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과장 혹은 왜곡하는 때가 있으니 말이다. 또한 허위사실 혹은 과장된 사실들을 유포해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부 정치인, 언론들도 자신들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사실을 과장, 왜곡 혹은 호도하고 있다. 모 개그맨의 개그처럼 정도를 걸으면 인생은 밋밋해서 그런 것일까? 다만 이러한 융통성(?)을 능력이라고 인정하는 우리 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경향신문 2009-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