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재욱-찬성, 은행소유 제한 금융 발전 ‘발목’
[금산분리 완화] 찬성, 은행소유 제한 금융 발전 ‘발목’
-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
◆핵심 쟁점법안 찬·반◆
은행 소유 지분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완화를 놓고 논쟁을 거듭해온 지 십 수 년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현행 4%로 제한하고 있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한도를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해 궁극적으로 보유한도가 폐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소유 한도를 10%까지 늘리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야당이 금산분리 완화 법안을 저지함에 따라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금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명분은 소유지분 한도를 높이면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게 돼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주주가 은행돈을 마음대로 빼돌려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억지다. 현행법 아래서 대주주가 마음대로 은행 돈을 빼서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 은행법은 동일인에 대한 여신한도가 제한돼 있다. 은행 대출은 개별 기업에는 자기자본의 20%, 기업집단에는 25%까지만 가능하도록 돼 있다.
만일 대주주가 은행원에 압력을 가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하고 하는 소리다. 금융감독원이 정기적으로 은행을 감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은행의 경영이 공시되고 있어 그러한 행위는 쉽게 들통나게 돼 있다.
불법을 저지르면 법의 엄격한 처벌과 여론의 심판을 받아 사회적으로 매장되는데 그러한 일을 저지를 은행 대주주가 있겠는가.
은행 소유지분 제한으로 우리가 입는 피해는 매우 크다. 우선 우리나라 은행의 대부분이 외국자본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7개의 시중은행 중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우리은행’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자본의 소유다. 물론 외국자본이 우리나라 은행들을 소유·지배하고 있는 그 자체를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금융산업 국제 경쟁력 초보단계
또한 우리 은행들이 낸 수많은 이익을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들이 향유하고 가져가기 때문에 그러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결과가 자유로운 공정한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 우리나라 은행 산업에서의 경쟁은 국내 자본을 제한한 상태에서 나온 차별적 경쟁이다. 경쟁이 공정하고 자유로울 때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산업의 경쟁력이 향상된다.
은행 소유 제한은 일종의 진입규제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은행을 소유해 경영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자동차나 철강, 조선, IT 산업에서 외국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우리의 기업들이 많음에도 유독 금융 산업에서만 경쟁력 있는 우리의 은행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은행의 소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의 또 다른 논거는 산업과 금융은 분리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원래 원칙이라는 것은 어떠한 경우든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그러나 금산분리는 나라마다 다르다.
사실 금융업과 산업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금산분리를 가장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인데, 미국조차 개인 차원에서는 금융업과 일반산업의 겸영을 허용해왔다. 예를 들면 19세기에 모세 테일러는 무역 회사, 철광석 회사뿐 아니라 ‘시티은행’의 전신인 ‘내셔널시티은행’의 대주주와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었다. 또한 월마트의 대주주이면서 대표이사였던 샘 월튼은 ‘노스웨스트아칸소뱅크쉐어’의 대주주이면서 대표이사였다.
금산분리 원칙이란 원칙 아닌 원칙에 매달려 은행의 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우리의 금융 산업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논거가 그리 탄탄하지 않은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하며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하루빨리 금융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규제를 완화해야 할 것이다.
[[매경이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