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정진영-새로운 미국, 한국의 선택은
[시론] 새로운 미국, 한국의 선택은
- 정진영 /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
[막오른 오바마 시대] <하> ‘소프트 파워’ 활용하자
세계와 함께하는 외교정책 표방
일방통행식 부시와 극명한 대조
FTA비준·북핵해결 공조 등 통해
국제사회 역할 증대 계기 삼아야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은 세계적으로 미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과 그가 표방하는 미국 외교의 변화가 전 세계인의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부시 전 대통령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세계인의 호감과 기대가 매우 높다.
미국인과 미국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부시의 미국이 잃어버린 세계적인 위신과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지명자는 인준청문회에서 국제문제 해결에 있어서 미국이 세계와 함께하는 세계적 해법을 추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시의 미국이 겪은 일방주의 외교의 참담한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이다.
그러면 오바마가 리드하는 새로운 미국과 새로운 세계에서 한국은 과연 어떠한 대외전략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세계 13위의 경제력, 특히 국제경쟁력을 보유한 강력한 산업기반을 가진 대한민국이 더욱 부강하고 국제적 영향력도 갖는 나라로 발전하기 위해 오바마 시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첫째, 한국의 국제적 역할을 증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국력에 걸맞은 국제적 지위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국제평화와 세계경제의 번영을 위해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 혜택만 보고 베풀지 않으면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된다. 국가이미지를 고양할 수 없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없다. 희생이 따르더라도 국제적인 기여와 헌신을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제문제 해결을 위해 우방을 필요로 하는 오바마의 미국은 우리의 국제적 역할 증대를 위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둘째, 한국 외교의 최대 과제인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부시 전 대통령은 말로만 북한을 강하게 비난하고 자극했다.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으로 세계적 반미감정을 촉발시킴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오히려 미국을 상대하고 비난하기 쉽게 만들었다. 그러나 북한이 오바마의 미국을 비난하고 책임을 떠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프트 파워의 위력이다. 우리는 일본과 더불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 핵의 완전한 제거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앞장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소프트 파워로 무장한 오바마의 미국은 군사력을 앞세운 부시의 미국보다 북한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
셋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통해 한미 간의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공고화하고 미국시장에 대한 접근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국무장관은 선거 때 한미 FTA를 강력히 비난했다. 한미 FTA의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이 제기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는 한국정부에 국내정치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경제 위기로 미국에서 무역에 대한 규제가 늘어날 위험도 크다. 통상국가 한국에 대한 큰 위협이다.
두 가지 방향으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유럽연합과의 FTA 협상과 비준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캐나다 멕시코 호주 등과의 FTA 협상도 빨리 진전시켜야 한다. 한국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에 대한 미국 업계의 우려를 증대시켜 한미 FTA를 지지하는 미국 내 세력들이 미국의회에 압력을 넣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한미 FTA 협정의 이익 균형과 재협상에 따른 정치적 위험을 미국 행정부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의 출범으로 한국 내 반미감정도 어느 정도 약화될 것이다.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나 비난은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미관계를 공통의 이익과 가치에 기초한 성숙한 동맹관계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오바마의 미국을 잘 활용해야 한다.
[[세계일보 2008-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