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우승지-오바마 美행정부의 ‘북핵 종식’ 의지
<포럼> 오바마 美행정부의 ‘북핵 종식’ 의지
- 우승지 /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
2009년 한반도 안보 상황과 북핵 문제의 제일 관전 포인트는 북미관계의 진전 방향이다. 지금까지 주된 예측은 과거 네오콘이 득세하던 부시 행정부 때에 비해 오바마 행정부 아래서는 북미관계가 순풍을 맞으리라는 것이었다. 또 중동 문제, 금융 문제 등으로 북핵 문제가 워싱턴의 관심사 순위에서 뒤로 밀릴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채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최근 태평양 양안에서 펼쳐지는 기류는 북미관계 순항 또는 그 연장선에 있는 통미봉남의 예측들이 신기루로 끝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평양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미관계, 핵 문제에 관해 총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담화의 기본적인 입장은 ‘선 북미관계 정상화, 후 비핵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시간표가 쉽게 통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힐러리 클린턴의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발언 내용을 봐도 알 수 있다. 클린턴 국무장관 후보자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의 어떠한 양보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농축우라늄 프로그램과 핵확산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형식적인 양보만으로 미국과 관계개선을 꿈꾸고 있다면 ‘통미’의 허니문 기간은 상당히 짧아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북한은 직시해야 한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표방하고 나서면서도 내심 시간을 벌며 핵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를 맞는 북한의 기본 전략은 우선 대북 협상 의지가 강한 미국을 상대로 ‘미소 외교’를 통해 가능한 선까지 양보와 타협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버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의외로 조기에 강공으로 나오면 평양은 중국과 러시아 또 한국에까지 손을 뻗치며 미국의 예봉을 꺾으려 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우선 평양의 이러한 전략을 읽고 그들의 속셈대로 주변국들이 움직여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우치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와 관련, 세 가지 점이 중요하다.
첫째, 이명박 행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거나 오바마 행정부가 다른 지구촌 문제에 집중하다가 북한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늦추게 되면 북한의 핵포기라는 목표는 공염불이 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둘째, 한국과 미국이 철저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대한 확인과 이를 실현할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이 확인 작업은 6자회담의 다른 참여국들도 함께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은 종종 6명의 선장이 탄 배처럼 움직일 때가 있다. 6명의 선장이 모두 하나의 도착지를 향해 운항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는 말이다. 미국 일각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보고서가 연이어 나오는 것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보고서들이 평양에 대해 미국이 북핵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오인과 오산을 하게 만드는 21세기판 ‘애치슨 라인’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셋째,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명확한 시간표가 있어야 한다. 냉전체제의 붕괴 이후 줄곧 이어지고 있는 핵을 둘러싼 북한과의 샅바싸움은 오바마 행정부 4년, 경우에 따라서는 8년을 넘기고 나면 점차 북한에 유리하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오바마 집권 기간이 평양의 핵 보유를 공고히하는 기간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집권 초기 대담한 협상을 통해 평양의 비핵화 결단을 유도해낸 후 북한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펼쳐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시간과의 싸움임을 한국과 미국의 최고위층은 함께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문화일보 2008-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