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韓日 부품·소재산업의 호혜 협력


동문기고 정진영-韓日 부품·소재산업의 호혜 협력

작성일 2009-01-16

<포럼> 韓日 부품·소재산업의 호혜 협력
 
- 정진영 /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
 
한·일 정상간의 셔틀외교 복원을 내세우며 개최된 양국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두 나라 모두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열린 회담인 만큼 경제 협력의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실무적 회담이었다. 혹자는 독도와 과거사 문제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양국의 지도자들이 한일관계를 악이용했던 전력에 비춰 볼 때, 두 정상이 이러한 전철을 밞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최근의 세계 및 동북아시아 정세는 한·일 양국의 협력이 양측 모두에 매우 긴요하고 유익하다는 점을 두 지도자들에게 인식시켜 주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와 그 후의 국제질서 논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양국이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사실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협력 확대도 한·일 간의 긴밀한 협력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통화협력체로 발전하고 있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도 한·일 간의 공조 필요성이 크다.

한국의 입장에서 일본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다. 우선 고질적인 대일 무역수지 적자의 개선이다.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2000년 130억달러에서 2004년에 245억달러로, 그리고 지난해에는 308억달러로 계속 크게 늘어났다. 우리의 수출품 가운데서 상당수가 일본에서 수입된 부품을 사용해 만들어지는 의존 구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의 수출이 늘수록 대일 무역수지 적자도 늘어나는 문제가 생겼다.

이러한 대일 의존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부품산업 육성이 시급하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부품업체들의 한국 진출을 촉진시키기로 합의한 점이 주목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북 구미와 전북 익산 등 4개 공단에 일본 부품업체들의 진출이 늘어나면 대일 무역 적자의 감축에도 기여하고 한국의 부품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위기 극복과 원화 가치의 안정을 위해서도 일본과의 협력을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은 1조달러 이상의 외환과 막대한 국내 저축을 보유하고 있다. 양국 간의 통화 스와프 확대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의 확대는 일본의 외환보유고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넓힐 것이다. 그리고 엔고로 인한 일본 자본의 한국 진출 증대는 우리의 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종종 북한 및 중국과 동조함으로써 미국 및 일본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곤 했다. 그 결과 북한의 협상력이 강화되고 6자회담은 파국과 정치적 봉합을 되풀이해 왔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일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한일회담을 통해 양국이 미국의 새 행정부와 더불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일본도 한국을 필요로 한다. 세계적으로나 동아시아에 있어서 자국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세계 금융위기와 엔고로 인해 침체에 빠진 일본경제의 회복을 위해서 한국과의 협력이 긴요하다. 이러한 때에 우리가 왜 일본과 협력하여 일본을 도와주느냐고 반문한다면 너무나 근시안적이다. 우리도 일본을 활용해야 한다. 독도와 과거사 문제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지만, 일본을 슬기롭게 활용해서 우리의 국력을 더욱 키워나가야 한다. 말로 떠들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 나가야 우리 땅도 지키고 과거사도 바로세울 수 있다.

[[문화일보 2008-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