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이준규 -외부감사 받는 中企에 혜택을
[특별기고] 외부감사 받는 中企에 혜택을
- 이준규 / 한국세무학회장 경희대 교수 -
외부감사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범위를 현재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인 법인에서 100억원 이상인 법인으로 축소하는 법령의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외부감사인에게 지급하는 감사보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외부감사를 받는데 따른 업무가 번거로울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부담을 줄여주고자 하는 것이 개정 법령안의 취지로 보인다.
개정 법령안대로 외부감사대상을 축소할 경우 회계 투명성을 희생함에 따라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불과 얼마 전에 경험한 외환위기 당시 분식회계로 인한 폐해를 체험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인 기준의 회계제도와 감사시스템을 확립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외부감사의 대상을 축소함에 따라 이러한 노력들의 효력을 떨어뜨리고 회계 투명성을 후퇴시켜 또 다른 사회적 대가를 치르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기업에 대한 외부감사는 규제가 아니며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는 수단의 하나로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의사 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회적 인프라를 형성한다. 은행이 대출 결정을 하거나 투자자가 투자 결정을 하는데 회계감사가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뿐 아니라 탈세나 조세회피를 방지하고 적발해야 할 세무당국의 입장에서도 외부감사가 도움이 된다. 외부감사는 정상적인 회계장부와 증빙의 유지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무조사의 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세무조사의 대상에서 제외된 기업도 탈세나 조세회피의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외부감사의 대상을 축소하게 되면 외환위기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기 위하여 노력해 온 제도와 관행의 투명화가 후퇴하게 됨에 따라 중소기업이 외부감사를 받지 않음에 따라 절약되는 감사 비용의 몇 배에 해당하는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해관계자가 적은 가족회사나 은행 차입이 미미한 기업은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이러한 우려 때문에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있고 부채 비율이 높은 주식회사를 자산규모가 100억원 이하라는 이유로 외부감사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겠다. 또한 외부감사보수가 중소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감사의 대상을 축소한다면 이는 기업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기업활동을 하지 않는 것과 같으며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것과도 같다고 하겠다.
따라서 외부감사의 대상을 축소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외부감사 비용의 부담을 다른 방법으로 줄여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겠다. 미국으로부터 발원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점차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져 그 어느 때보다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을 감안할 때 외부감사 비용의 부담을 줄여줄 명분은 충분하다고 생각되며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에 세제 지원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세법상 전자신고를 활성화해 징세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전자신고에 대해 세액공제를 허용하고 있는 것과 같이 자산규모 100억원 미만인 기업이 외부감사를 받는 경우 법인세법 또는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해 한시적으로 세액 공제를 허용한다면, 회계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파이넨셜뉴스 200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