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박윤식-美FRB의 과감한 발상전환이 부럽다
[글로벌 포커스] 美FRB의 과감한 발상전환이 부럽다
▲박윤식 (법학60/ 12회, 美조지워싱턴대 국제금융학 교수)
지금 미국은 1930년대식 뉴딜정책을 넘어 1914년과 1939년 1ㆍ2차 세계대전 시작 때 채택했던 `워룸`식 경제정책을 쓰고 있다. 1930년대 뉴딜정책은 오직 행정부의 재정지출만으로 공공투자를 확대하여 고용창출과 내수진작을 유도하였고 중앙은행은 방관자 역할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1ㆍ2차 세계대전 때처럼 국회, 행정부, 중앙은행이 하나가 되어 대규모 금융ㆍ재정정책을 동시에 활용하는 수륙 양면작전을 취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앞장서서 이번 경제위기에 발벗고 대처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FRB는 재작년 여름 금융위기가 시작되자마자 서둘러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하여 불과 1년4개월 만에 5.25%에서 거의 0%로 끌어내렸다. 이것은 90년대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6%에서 0%로 내리는 데 9년이나 걸린 것과 크게 비교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FRB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통 크게 시장에 공급한 사실이다. 작년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3개월 사이에 FRB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1조4000억달러를 시장에 퍼부었다.
자금 공급 방법도 전통적인 상업은행들에 대한 대출과 국채매입을 통한 공개시장운용에 국한하지 않고 가히 혁명적인 새로운 방법들을 시도했다. 첫째, 투자은행 보험회사 등에도 자금을 대여했다. 둘째, 기업어음을 처음으로 매입하여 대출을 꺼리는 은행들을 대신하여 회사들에 단기운영자금을 직접 제공했다. 셋째, 주택담보 대출, 신용카드와 자동차대출 등을 이용한 자산담보채권 같은 장기채권도 매입하여 장기이자율도 내려 놓았다. 지난달 FRB는 이 같은 장기채권 매입에 앞으로 8000억달러(GDP의 6% 해당)를 더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여 장기주택융자 이자를 30년 만에 최저로 낮췄다.
FRB의 이 같은 적극적인 행보는 사상 초유의 국제금융 위기로 야기된 미국 경제불황 대처에는 중앙은행의 발상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특히 미 의회를 통과하지 않고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하는 장점이 가장 크다. 지난해 부시 행정부의 7000억달러 긴급 구제금융법안은 의회에서 한 번 거부당한 후 10월 초 두 번째에 간신히 통과했으나 지금 겨우 반만 집행되었고, 나머지 3500억달러 지출을 재무부가 의회에 요청하고 있으나 언제 허가가 날지 요원하다. 그러나 FRB는 7000억달러의 두 배인 1조4000억달러를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지난 3개월여 만에 아무런 정치적 잡음 없이 조용하고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장점은 FRB의 자금 공급은 중앙은행의 대출이나 투자로 계산되기 때문에 재정적자에 편입되지 않아 국가예산에 압박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FRB의 버냉키 의장 등 고위층은 대학교수나 기업가 출신들로 수십여년 간 중앙은행인으로 잔뼈가 커온 한국 일본 등의 중앙은행 고위층과 달리 과감한 발상의 정책 추진이 훨씬 용이하다. FRB는 전통적인 중앙은행들이 아직도 기준금리와 통화량 조절을 가장 중요한 금융정책의 무기로 여기고 있는 20세기적 사고에서 진일보하여 작금의 국제 금융위기를 과감한 21세기적 금융정책으로 대처하고 있다.
과감한 FRB의 금융지원과 아울러 새로운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는 지금 거의 1조달러(미국 GDP의 7%)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수입이 GDP의 17%이므로 100달러를 정부가 경기부양으로 쓰면 83달러는 미국 내수진작에 공헌한다. 한국은 수입이 GDP의 45%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GDP 7%에 버금가는 경기부양효과를 내자면 한국 GDP의 10.5%(95조원)를 써야 한다. 미국의 FRB, 행정부, 의회가 합심하여 1ㆍ2차 세계대전 시기에 버금하는 거대한 금융ㆍ재정ㆍ지급보증 정책을 총동원함으로써 미국 경제는 금년 하반기부터 분명히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 박윤식 교수는?
△경희대 법학과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 △조지워싱턴대 경제학 박사 △세계은행 선임연구원 △아시아개발은행 컨설턴트 △조지타운대 및 컬럼비아대 교수 △조지워싱턴대 국제금융학 교수
[[매일경제 20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