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국-‘오바마·바이든 플랜’ 경계해야


동문기고 김상국-‘오바마·바이든 플랜’ 경계해야

작성일 2008-12-04

[경제칼럼] ‘오바마·바이든 플랜’ 경계해야 

- 김상국 / 경희대 교수·산업공학 -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그의 향후 국정계획을 담은 ‘오바마·바이든 플랜’은 우리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와 관련된 오바마·바이든 플랜의 내용은 선거 시 알려진 내용과 큰 차이는 없다.

“국제 무역은 미국 경제를 튼튼히 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줘야 한다. 외국 시장을 더욱 개방하는 무역정책을 위해 싸울 것이며, 전 세계 노동과 환경에 대한 좋은 기준이 확산되도록 무역협정을 이용할 것이다” “특히 현재 시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의 국익에 맞게 수정하도록 캐나다와 멕시코의 지도자들과 협력하겠다” 등이 주 내용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NAFTA를 수정할 정도라면 한·미 FTA도 당연히 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가 선거 기간에 자주 언급했던 자동차나 철강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 문제는 그렇게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오바마·바이든 플랜의 진정한 걱정거리는 다른 데 있다고 본다. 우선 철강의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은 포스코 1.9%, 현대제철 0.7% 정도로 크지 않다. 오히려 걱정거리는 우리보다 수출물량이 훨씬 많은 중국이 타격을 받을 때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의 물량이 걱정이고, 경기불황의 여파로 인한 철강 가격 하락이 더 걱정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미국 자동차는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대통령이 아무리 노력해도 진정으로 그들이 경쟁력을 되찾지 않는 한 규제를 통해 살아나지는 못한다. 더욱이 최근의 지나친 환율 인하로 우리나라 자동차의 대미 수출가격은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됐다. 미국 대통령도 우루과이라운드(UR)와 FTA의 규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므로 자국 산업을 위한 직접적인 물량규제 등은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그가 자동차에 매달릴수록 역설적으로 우리에게는 더욱 유리할 수도 있다.

지난 FTA 협상은 우리에게 비교적 잘된 협상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도 독소조항은 있다. 국내 의료보험 입법 시 미국과 협의해야 하는 것이라든가, 미국 기업의 국내 투자 시 국내 법률에 의해 손해가 발생하면 우리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는 규정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악법으로 남용될 수 있다.

자동차를 양보하는 대신 그것을 고칠 수 있다면 오히려 우리에게 더 큰 이익이 될 것이다. 협상은 ‘다시 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요구할 것을 걱정하지 말고, 그들의 요구에 그들의 논리로 그들의 잘못된 점을 준비하고, 우리의 적절한 요구를 반영한다면 재협상은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바마·바이든 플랜의 진정한 우려점은 환경과 노동조건을 내세운 즉, ‘공정무역을 가장한 보호무역주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세계의 어느 나라도 과거처럼 직접적인 규제를 통한 자국 기업 보호를 할 수 없다. 미래의 무역규제는 ‘하나뿐인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규제와, ‘인간의 보편적인 인권보호’를 위한 노동조건을 대의명분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규제는 대의명분도 있을 뿐 아니라 대단히 효과적이다. 자동차나 화학제품을 예로 들어 보자.

미국이 수출을 규제하고 싶은 나라가 있다고 하자. 미국은 그 나라 실력으로 만들 수 있는 낮은 환경기준과 높은 환경 기준 사이에 적당한 대미 수출상품 기준을 만든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나쁜 제조환경이나, 많은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제품은 미국에 수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 간단히 그 나라의 대미 수출을 막을 수 있고, 환경 관련 기술을 그 나라에 새로운 상품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 저임으로 싸게 만든 수출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계의 인권보호를 위해 지나친 저임으로 만든 물건에 대해서는 미국 최저임금과의 차이만큼 상계임금관세를 매기겠다’고 하면 저임금 국가의 경쟁력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상계환경관세, 상계임금관세, 깨끗한 제조환경 조건의 요구, 탄소세, 지구온난화 등은 아름다운 앞부분과 함께 바로 이러한 목적을 뒤에 숨기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의 보호무역주의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이런 문제의 해결이 재협상의 걱정보다 더 본원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터무니없는 우리나라 금융위기설을 무책임하게 퍼뜨린다거나, 전 세계에 똑같이 적용되는 소비 감소를 걱정하지 말고, 소비가 20~30% 줄어들어도 팔릴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생각과 노력을 모아야 한다.

[[매일경제 2008-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