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신원철-`4당5락`이 안 좋은 이유
[신원철의 수면 비타민] `4당5락`이 안 좋은 이유
- 신원철 (의학88/ 42회) /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교수·신경과 -
잠자는 시간이 아까운 사람이 많다. 하기야 70년을 산다면 이 중 23년을 잠을 자는 데 소모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죽음을 피해갈 수 없듯 잠 또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생리적인 욕구다. 인간이 잠을 자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일을 넘지 못한다.
잠을 적게 자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사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1990년대 일본에선 10만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수명과 사망률을 조사했다. 이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7.1∼7.5시간으로 이보다 잠을 적게 자거나 더 많이 자는 사람에게서 1.5∼2배 사망률이 높았다. 또 1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가장 사망률이 낮은 수면시간은 7시간이었고, 이 시간에서 1시간씩 많이 자거나 적게 자면 사망률이 10∼15%씩 증가했다.
수면 장애는 질병의 발생률을 높인다. 하루 6시간 미만 자는 사람은 고혈압이 2배 이상 잘 걸린다. 또 7시간 잠을 자는 사람에 비해 6시간 자는 사람은 관상동맥질환의 경우엔 1.3배, 5시간 미만은 1.8배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뇨병 발병 역시 5시간 이하로 잠을 자거나 9시간 이상 잠을 자는 사람은 1.5∼2.5배 더 높다.
잠자는 동안 인체는 낮에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한다. 또 평형상태가 깨진 신체조직과 뇌의 균형을 다시 찾도록 해준다. 잠자는 동안 긴장됐던 근육은 이완되고, 심장이나 위장 등 내부 장기들도 휴식을 취한다. 잠은 신체뿐 아니라 마음도 쉬게 한다. 특히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기억은 잠시 중단되거나 꿈을 통해 발산하기도 한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도 바로 잠자는 동안이다. 잠은 신체기능의 회복과 면역력 증강 등 항상성 유지를 위한 우리 몸의 방어기전이며, 생명유지에 필수 요소인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에 얼마를 자야 적당할까. 적절한 수면의 양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다. 전체 인구의 4%는 하루에 5시간보다 적게 자도 일상생활에 문제가 전혀 없는 숏 슬리퍼(short sleeper)이며, 2∼3%는 하루에 10시간이상 자야 하는 롱 슬리퍼(long sleeper)다. 하지만 대부분 정상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7∼8시간이다. 청소년은 8∼9시간, 그리고 초등학생은 9∼11시간이 적당하다.
2002년 미국수면학회 조사에 따르면 대상자의 20% 이상이 6시간이 채 못 되는 수면을 취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은 이보다 짧은 평균 4∼6시간 잠을 잔다. 우리가 보다 많은 시간을 일을 하기 위해 잠을 줄이고 있지만, 이것이 도리어 우리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있다. 잠을 줄이는 만큼 우리의 수명도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중앙일보 2008-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