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환란 때보다 더 심각해진 청년실업


동문기고 안재욱-환란 때보다 더 심각해진 청년실업

작성일 2008-11-28

<포럼> 환란 때보다 더 심각해진 청년실업
 
안재욱 (경제75/ 28회) / 경희대 교수·경제학 -

청년들의 고용 문제가 심각하다. 올 3분기 20~30대 취업자가 987만500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규모로 1040만명선을 유지한 1998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훨씬 더 나빠진 상황이다.

청년들이 고용 위기를 겪는 이유는 우선 경기침체의 악화 때문이다. 지난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으로 지속돼온 경기침체가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경기가 더욱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임기중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 정도에 불과했다. 소비가 감소하고 기업의 투자가 줄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동에 대한 수요가 줄어 실업이 증가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하고, 투자자들의 손실이 늘어나고, 소비와 투자가 급감해 일자리와 고용이 더욱 감소함에 따라 청년들의 고용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

청년들의 고용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게 되는 것은 바로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다. 노조의 힘이나 정부의 고용 보호에 의해서 임금조정이나 해고가 어렵게 되면 실업이 증가하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신규로 진입하는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들이다.

기업은 생산성에 따라 사람을 고용한다. 지불하려는 임금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고용하지 않는다. 갓 학교를 졸업해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은 노조에 의해 정해진 높은 임금만큼의 생산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청년들의 고용을 꺼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채용 후 생산성이 낮은 사람의 임금을 삭감하거나 해고하기가 어려우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용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신규 채용을 기피하게 된다.

여기에 전투적인 노조 활동이 기업의 투자 마인드를 위축시켜 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불법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노동 무임금과 같은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노사 간에 분쟁이나 갈등은 발생할 수 있다. 사측이 노동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파업을 할 수 있다. 파업이 일어나면 생산이 중단되고 그만큼 제품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업은 될 수 있으면 빨리 타협을 하려는 인센티브가 있다. 그러나 파업을 하더라도 계속 임금을 지급받는다면 노동자는 사측과 조속한 협상을 하려는 유인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파업이 장기화한다. 또한 이러한 노조 활동에 대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노조가 불법적이고 파괴적인 쟁의 활동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방관해 왔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 문제는 경기침체와 노동시장의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감한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를 살려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법과 제도를 폐지해 실질적으로 임금을 자유롭게 조정하고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지키며 노동력의 진정한 시장 가치를 얻는 데 주력해야 하며, 정부는 불법적인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철저히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 그런 활동이 만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청년은 우리의 미래다. 그들이 경험과 지식, 그리고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가 일자리다. 이러한 것들을 익힐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의 미래 생산성은 떨어지게 되고 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 너무 늦기 전에 청년들의 일자리와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정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문화일보 2008-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