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오바마 리더십이 부러운 이유


동문기고 정진영-오바마 리더십이 부러운 이유

작성일 2008-11-27

[시론] 오바마 리더십이 부러운 이유
 
- 정진영 /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리더십이 또다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후까지 경쟁자로 싸웠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경선과정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말과 흑색선전으로 경쟁했던 라이벌을 과감히 포용하는 그의 자신감과 담대함이 인간 오바마의 사람됨과 그릇의 크기를 짐작케 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의 관계를 이에 비유하는 말들이 오가고, 차기 한국 대선에 오바마 리더십이 미칠 영향도 분석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따라하려고 한들 그런 리더십이 발휘될지 의문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개의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전시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고, 당면한 비상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비상시 대통령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에 대한 미국민과 세계인의 커다란 기대에도 그가 맞닥뜨릴 세계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은 큰 상처를 입었고 미국의 힘은 여러 곳에서 도전받고 있다. 이러한 때에 오직 미국민의 13%를 차지하는 흑인 출신의 대통령이 백인이 여전히 3분의 2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유색인종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되었다. 참으로 감동적인 한편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바마의 리더십이 특히 빛나는 이유는 그가 지닌 세 가지 주요한 특징 때문이다. 첫째, 포용과 통합력이다. 그는 민주당 내에서 결코 주류가 아니었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을 그의 내각이나 참모진에 포진하려 하고 있다. 그는 심지어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가 흑인이고 소수파이기 때문에 이러한 포용력은 더욱 빛난다. 그가 당했던 설움을 복수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류마저 포용함으로써 진정한 통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둘째, 도덕적 권위와 신뢰감이다. 그는 차별을 당했지만 남을 차별하지 않으려 한다. 그는 사람을 배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능력을 가진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선한 일을 하려 하고 그를 반대하는 것은 나쁜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엄청난 정치적 자산을 가진 셈이다.

셋째, 자신감이다. 그는 명석한 두뇌와 균형잡힌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연설은 열정이 가득하다. 사람들로 하여금 미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이를 실현하려는 용기를 그에게서 느끼게 한다. 그는 바닥에서 자수성가했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안다. 이것이 그의 자신감의 원천이고 힘이다.

미국은 사회적 통합과 국제적으로 도덕적 권위의 회복이 가장 절실한 때에 가장 적임자를 지도자로 맞게 되었다. 물론 오바마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 경제위기가 장기간 극복되지 않을 수 있고,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대선에서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그의 중도노선에 실망하고 점차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 그가 먼저 그를 가장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의 기대를 배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내외적 국가위기의 순간에 자신감과 신뢰와 통합의 지도자를 갖게 된 것은 미국에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오바마의 리더십이 부러운 이유는 지금 당장 우리에게 그러한 리더십을 보이는 지도자가 없어서만이 아니다. 앞으로도 얼마 동안 그런 리더십을 우리 정치지도자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난국에 처해 있다. 여야와 재야를 가리지 않고 이 난국을 극복할 비전과 용기와 신뢰를 가진 리더가 나와 주기를 기대한다.

[[세계일보 2008-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