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정진영-‘오바마-바이든 플랜’과 한미관계
<포럼> ‘오바마-바이든 플랜’과 한미관계
- 정진영 /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
버락 오바마 당선자의 정책 구상이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공식 홈페이지에 ‘오바마-바이든 플랜’이라는 이름으로 게재됐다. 그가 대선 과정에서 주창해온 변화의 내용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히 한국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두 가지다. 한미동맹·북핵문제와 연관된 외교안보 구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통상정책 구상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미국의 핵탄두를 줄이는 방안까지 언급할 정도로 핵 비확산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과 이란을 거명하며 핵비확산조약(NPT)의 규칙을 어기는 국가들에는 강력한 제재조치가 자동적으로 부과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과도 아무런 조건없이 직접적이고 강력한 대화를 하겠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일본·호주와의 동맹관계는 21세기의 현실에 맞게 재건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직접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한국, 일본과 사전에 긴밀히 협의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일차적 관심은 어디까지나 북핵의 완전한 제거에 있다. 따라서 북한이 핵 포기를 분명히한다면 미·북 관계의 진전은 한국이나 일본이 바라는 것보다 더 급속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 한·미 간 또는 미·일 간에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면 오바마의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까지 불사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보다 도덕적 정당성을 갖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를 상대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통상정책 구상은 한마디로 미국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공정무역을 위해 싸우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미국은 종종 자국 시장은 충분히 개방돼 있는데 상대국의 시장은 다양한 비관세 장벽으로 막혀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공정한 무역을 위해서는 상대국이 시장을 더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80년대에 등장한 슈퍼 301조를 생각나게 한다. 당연히 한·미 간의 통상 마찰 증대가 예상된다.
이러한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첫째, 미국의 새 대통령과 한미동맹의 강화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이다. 우리나라만 방문하는 것이 어렵다면 일본 및 중국 방문을 함께 추진하는 방안도 좋다. 이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성사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오바마 당선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키라는 요구가 많지만, 지금까지의 상호주의 전략을 당분간 일관성 있게 유지할 필요도 크다. 북핵 문제는 어차피 미국과 북한 간의 힘겨루기로 결판날 것이다. 한국의 대북 지원은 북한의 대미 협상력을 강화시켜줄 뿐이다.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을 걱정하지만 이는 북한식의 사고방식일 뿐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구실이다.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했다면 상호주의 정책에 기회를 줄 차례다.
셋째, 한·미 FTA를 우리가 먼저 비준하고 미국의 비준을 요구해야 한다. FTA가 통상 마찰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연합(EU)과의 FTA도 조속히 체결하고 도하라운드의 조기 타결을 위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통상국가 한국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의 등장을 막기 위해서다.
대외정책의 추진에 있어서는 내용 못지않게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 이는 국제금융체제의 개편을 주도할 주요 20개국(G20)의 간사국 역할을 수행하는 데도 필요한 덕목이다.
[[문화일보 2008-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