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이경전-일자리 창출 위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포럼> 일자리 창출 위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
18일 정부가 발표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철학은, 경쟁과 시장 선택을 기반으로 한 선진화라고 요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는, 기존 사업자 또는 기득권자에 의해 형성된 ‘경쟁 억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진입 규제는 사실 공무원이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기존 사업자에 의해 구조적으로 형성돼 온 측면이 훨씬 강하다. 그런데 이번 선진화 방안은 기존 산업영역 안에서의 진입 장벽을 낮춰 새로운 참여 주체를 유도하고, 영역 간의 장벽을 허물거나 결합을 유도함으로써 서비스산업의 선진화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는, 경쟁이라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메커니즘들 가운데서 그래도 가장 우수한 ‘지식 발견 절차’이기 때문이라고 설파했다. 경제 주체 간의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그 산업과 경제를 운용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지식을 활발히 생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노스 교수는 제도가 지식의 발전을 가이드한다고 말했다. 즉, 좋지 않은 제도가 있으면 좋지 않은 지식들을 발전시키게 되므로 경제 주체들이 유익하고 본받을 만한 지식을 발전시키게 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서비스산업 선진화 정책이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경제 주체들로 하여금 경쟁의 과정에서 좋은 지식을 생산하게 하는 제도로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경제 주체 관점에서의 좋은 제도란 ‘경제하려는 의지’를 가진 주체를 좌절시키지 않고, 그들이 계속 지식을 생산하게 하는 제도다. 서비스산업의 선진화란 ‘경제하려는 의지’를 가진 새로운 지식서비스 창업가와 기업을 북돋우고, 이들을 통해서 ‘경제하려는 의지’를 가진 지식서비스 근로자의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 선진화 방안은 의사 자격증이 없어도 좋은 병원을 만들어보겠다는 새로운 창업가들로 하여금 머리를 쓰고 지식을 만들게 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의료 서비스산업에 새로운 지식서비스 인력 수요를 창출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의료산업이 발전할수록 의료 전문인에 비해 일반 지식서비스 인력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통시적·공시적으로도 비교, 검증된 것이니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답습하고, 자신의 울타리만 높이려는 우물 안 개구리적 산업 구조로는 더 이상 ‘경제하려는 의지’를 가진 창업가와 지식서비스 근로자를 창출해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경험을 통해 입증됐고, 기존 산업 구조에서의 개별 기업의 혁신 노력은 오히려 고용 없는 성장을 구조적으로 가속화하는 위험이 있었던 것도 사실인 만큼, 이번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은 고용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담고 있어 기대가 되는 측면이 있다.
우리 서비스산업은 아직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고도화해 있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제조업에 비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 사례도 드물다. 이는 우리나라가 지식서비스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우리 스스로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은 새로운 기회를 찾는 창업가와 기업가의 몫이다. 그리고 이 비즈니스 모델을 서비스 시스템으로 구현, 운영해내는 것은 지식서비스 인력의 몫이다. 지식을 창출할 이들을 북돋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서비스산업의 선진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우리 모두가 같이 잡기를 기대한다.
[[문화일보2008-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