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상준-화성 생명체 발견했다?
[과학칼럼] 화성 생명체 발견했다?
- 김상준 / 경희대교수·우주과학 -
며칠 전부터 모 일간지 인터넷판에 ‘나사(NASA), 화성생명체 발견해놓고 발표 막고 있다?’는 기사가 올라 있었다. 이 기사를 읽어 보면 결국 또 하나의 음모론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기사나 소문을 접할 때 우리는 어떻게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을 위시해 신문, 방송에 이어 100개가 넘는 케이블TV 채널을 마음대로 골라 보면서 쏟아지는 정보의 진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백두산 천지의 괴물 이야기, 미확인비행물체(UFO), 초능력 등 초자연적인 이야기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호기심 속에 세상에 돌아다닌다. 이들 이야기 중에는 진위를 떠나 일상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이야깃거리가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사회 전체의 문제로 떠오르기도 한다. 또 어떤 이야기는 전문가들조차 식별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 진위를 알 수 없더라도 기이한 현상이나 주장을 접할 때 이에 대처하는 최소한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는 있다고 본다.
- 증거제시 의무는 주장자의 몫 -
첫째, 기이하거나 초자연적인 것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주장이 심히 범상치 않은 만큼 거기에 걸맞은 확실하고도 객관적인 증거를 바로 그 사람이 보여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논리적 태도이다. 예를 들어 UFO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확실한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간혹 그들이 “그럼 UFO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시오”라고 우리를 다그칠 수 있는데, 그런 요구는 전혀 논리에 맞지 않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적 근거는 매우 강력해 많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두에서 거론된 “NASA, 화성생명체 발견해놓고 발표 막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확실한 증거를 대중에게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그것이 의심되고 있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장을 듣는 우리가 그것이 아니라고 증명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그들이 객관적이고도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그것을 믿지 않고 그냥 살면 되는 것이다. 만약 그러한 것이 발견되어 그것이 세계적 학술지에 발표되고, 뒤이어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검증되면, 그 때 믿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 다소 느긋해 보이지만 합리적인 태도이다.
둘째, 누가 기이한 혹은 초자연적인 것을 주장하면서 물질적 추구를 하거나, 무슨 혜택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주장은 더욱더 의심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이한 것을 주장하고 나서 물질적 혜택을 얻는 사람들이 학습효과 때문에 확실한 증거가 없는데도 그것을 계속 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이러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겐 아무도 돈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매체에서 기이한 것들을 주장하는 사례가 범람하는데 그 주장을 하는 사람이 무슨 혜택을 얻을 수 있나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답이 쉽게 나올 수도 있다. 역으로 이러한 것이 있다는 주장을 하려는 사람에게도 이러한 논리적 태도는 자체 검열 수단이 될 수 있다. 즉 내가 주장을 하기 전에 이 주장을 함으로써 내게 무슨 혜택이 생기니까 쓰는 것이 아닌가 자문해 보는 것이 본인 양심에 대한 최소한의 올바른 태도이다.
- 과학자의 자기검열 태도 필요 -
요즘 경제도 어렵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서민들에겐 신통력이 있다고 수만원씩 주고 사는 부적이 다소나마 심리적 도움이 될 순 있다. 대학까지 나와서도 세상에는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 이상한 것들이 많아 순간적 잘못 판단으로 손해를 보기도 하니 이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은 것 같다. 통계적으로 보면 우리에게 해를 가하는 존재들은 대부분 우리와 같은 사람이거나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 동물, 곤충, 질병 등 일상적인 것들이고 특별히 기이한 존재들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직까지 UFO나 외계인에게 직접적으로 확실한 피해를 보았다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다. 따라서 이 경우 합리적 태도는 과학자들이 외계인을 발견했다고 발표하고,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기 전까지는 거기에 신경쓰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리라.
[[경향신문 2008-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