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이경전-뉴 IT전략의 성공조건
<기고> 뉴 IT전략의 성공조건
-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
제부가 발표한 뉴 정보기술(IT)산업 전략의 핵심은 기존 산업과 IT산업의 결합이다. 조직의 성격이 정책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기존 산업 정책 기능과 정보통신산업 정책 기능을 통합한 부처에서 나올 만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민·관 합동으로 발표를 했다는 장점도 있지만, IT 관련 기관이나 협회들의 조직 논리 합의 결과로 정책이 산발적으로 산출됐다는 느낌도 받는다. 기본적으로 잘못된 방향은 아니나, 새로운 부분이 거의 없고, 놓치고 있는 부분과 선결돼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마음은 무겁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라는 화두는 존재했다. 중요한 것은, 중요한 것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내용을 가지고 새롭게 접근하는 것이다.
1997년에 창업한 구글은 현재 17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83조원으로 구글의 절반이고, 최대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조선산업의 현대중공업, 대우해양조선, 삼성중공업의 오늘 현재의 기업 가치를 더해도 겨우 40조원이 된다. 뉴 IT산업 전략은 적어도 10년 이내에 구글 정도의 기업가치를 갖는 새로운 IT기업을 대한민국에서 창출하겠다는 야심차고도 세심한 전략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전체 산업과 IT의 융합, IT를 통한 경제사회 문제 해결, 핵심 IT산업의 고도화라는 뉴 IT산업 전략의 3대 기조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되풀이한다는 느낌과, 꿈이 작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존 산업에 IT를 결합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이라 할 수 있는 IBM의 기업가치 역시 170조원에 육박한다. 손에 만져지는 휴대전화, TV,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보다 손에 안 만져지는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과 IBM의 기업 가치가 정확히 2배로 높다. 이명박 정부가 손에 만져지는 유형의 것을 만드는 산업만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뉴 IT산업 전략이 진정 온·오프라인의 결합, 기존 산업과 IT산업의 융합을 화두로 한다면, 적어도 새로운 유비쿼터스 시대의 구글이나 IBM을, 더 욕심을 낸다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다국적기업을 앞으로 10년 이내에 우리 대한민국에서 탄생시키겠다는 것, 이것이 이 정부의 새 통합 부처 지식경제부 최고의 비전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한 전략, 전술 그리고 행동 계획을 가져야 한다. 산업전략은 그저 우리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정도로 되지 않는다. 산업전략은 기업을 키우는 전략이고, 어떤 기업이 커지면, 이를 둘러싼 산업 생태계는 저절로 커진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구글 같은 기업을 만들어내려면, 새로운 사업적 도전을 시도할 젊은 창업가들을 구체적으로 도와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네티즌의 눈높이와 생각 및 행동 속도의 절반에도 못 따라가고, 규제의 시각으로만 인터넷을 보고 있는 현재의 정부 당국 때문에 네티즌들이 활동 무대를 외국 서비스로 옮기고 있다는 현실을 생각할 때, 이 정부 아래서 유비쿼터스 시대의 구글이라는 씨앗이 잘 심어질지 매우 걱정스럽다.
또한 우리가 IBM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서비스 기업을 만들어내려면, IT서비스의 산업 구조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조선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도 이를 현대중공업에 팔려면 현대오토에버를 통해서, 삼성중공업에 팔려면 삼성SDS를 통해서, 대우조선해양에 팔려면 대우정보시스템을 통해서 팔아야 한다. 이러한 특정 기업 공급의 대한민국 산업구조 속에서는 유비쿼터스시대의 IBM이 탄생할 수 없다. IT서비스 산업의 구조는 혁신돼야 하며, 창의적인 연구·개발과 경쟁을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이 같이 활용돼야 한다.
[[문화일보 2008-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