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상준-화성 북반구의 역사
[과학칼럼] 화성 북반구의 역사
- 김상준 (경희대 우주과학 교수) -
지난 달에는 화성에 대한 두 가지 뉴스가 화제가 되었다. 첫 번째 뉴스는 현재 화성 북극지방에서 활동 중인 피닉스 탐사선의 물 발견이다. 탐사선에 장착된 삽으로 근처 표면을 파낸 흙바닥에서 눈과 같은 흰색 물질이 나타났는데 사흘 뒤에 사라진 것이 목격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흰색 물질이 사흘 뒤에는 완전히 증발한 것으로 미루어 얼음이라고 설명했다. 1976년 바이킹 탐사 이후 32년이 지나서 처음으로 땅속 얼음의 존재를 직접 확인한 셈이다. 피닉스 탐사선의 주요 임무는 화성 북극의 극관 아래 지역에 착륙하여 땅속에 존재할 수 있는 만년설을 발견해 내는 일이었다.
화성의 대기는 아주 엷어서 화성 표면은 태양의 자외선이 직접 강하게 내리 쬐어 생물이 살기에 부적합한 환경이다. 물은 생물 생존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화성 땅속에서 물의 발견은 땅속에서의 생물 생존 가능성을 열어 준 셈이다.
두 번째 뉴스는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3개의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44억년 전 거대한 소행성과 화성의 북극이 충돌하여 북반구에 커다란 분지를 만들었고, 그 충격으로 인하여 그 반대쪽 남반구에는 험준한 산들이 생성되었다는 주장이다. 1976년 바이킹 탐사 이후 화성의 거대한 지형들은 모두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러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일까?
소행성과 충돌후 생긴 고원
화성의 북반구에는 거대한 화산들이 있다. 지구 최고 높이의 티베트 고원은 인도 대륙의 판 이동에 의해 생성되었지만 이 화성의 고원은 거대한 화산들에서 분출한 용암이 쌓여 생성되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화성의 북극 지방은 얼음과 드라이아이스로 덮여 있는 극관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화성 북반구는 이러한 극관과 거대한 용암 고원으로 덮여 있어 그동안 북반구 분지의 정확한 모습을 잘 알 수 없었다. 연구진들이 화성의 궤도를 돌고 있는 탐사선들이 보내온 새 자료를 바탕으로 화산 폭발 이전의 화성 표면 표고를 재구성한 결과 거대한 규모의 타원형 함몰지형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연구진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을 통해 이러한 타원형 분지를 만들 만한 물체는 폭 1600㎞ 이상의 소행성으로서 초속 8㎞의 속도로 북극지방을 스치듯 충돌하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름달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선조들이 계수나무와 토끼라고 여겼던 검은 지역이 여러 곳 있다. 이 검은 지역은 평평한 평원이고 비교적 밝은 지역은 산악 지역으로 운석 충돌공이 많은 곳이다. 서양 사람들은 달의 검은 지역은 혹시 바다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으로 고요의 바다, 풍요의 바다, 청명의 바다 등으로 불렀다. 그 후 망원경의 발달로 이 검은 지역은 바다가 아니고 대규모 화산활동으로 용암이 흘러 형성된 용암평원이라고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미국의 아폴로 달 탐사 연구 결과 이 평원들은 거대한 소행성들과의 충돌로 생성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즉 거대한 소행성과의 충돌은 커다란 운석공을 남기는데 지하 깊은 곳의 용암들이 넘쳐 흘러 깊은 운석공의 상처를 덮고 평평한 평원이 형성되었다는 게 연구 결론이다. 화성의 경우도 거대한 충돌로 인하여 화성 깊은 곳의 용암이 흘러 화성 북반구에 광활한 낮은 평원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달의 검은 지역과 같은 경우
화성 남반구의 험준한 산악지형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그 해답은 수성의 커다란 충돌자국 칼로리스 분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소행성 충돌시 발생한 엄청난 지진파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칼로리스 지형 정반대 수성의 뒤편에서 수렴되어 그 지역 지각들을 융기시켜 험한 산악지대를 만들었다. 이와 똑같은 현상이 화성의 남극지방에도 일어났던 것이다.
요즘 장마 사이 초저녁 맑은 하늘에 떠 있는 상현달을 볼 수 있다. 보기엔 한없이 평화로운 달이지만 화성 대충돌과 비슷한 시기인 44억년 전 수천㎞의 소행성과 원시지구가 충돌하여 산산조각이 난 뒤 다시 합쳐져 지금의 저 달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조금 믿기 힘들다.
< 경향신문 2008-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