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환-재협상을 해야 할 4가지 이유


동문기고 최승환-재협상을 해야 할 4가지 이유

작성일 2008-06-18

[시론] 재협상을 해야 할 4가지 이유

- 최승환 / 경희대교수·국제법 -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한·미 쇠고기 합의를 전면 재협상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높다. 여당에서도 재협상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재협상은 절대 불가하다는 미국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 정부가 재협상을 선언해도 실제로 성사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로 하여금 재협상을 기꺼이 수락하게 하는 방안이야말로 쇠고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라 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이 재협상을 해야 하는 이유는 4가지 정도다.

첫째, 재협상은 미국 축산업자들에게도 이득이 된다.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고시를 원안대로 공포 시행할 경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단순히 재개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로부터 외면 당하지 않고 적극 호응을 받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는 안전장치를 재협상을 통해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를 확대하는 지름길이다.

둘째, 이명박 정부가 대국민 신뢰를 확보하게 도와주는 것이 미국에도 이득이 된다. 이명박 정부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대국민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산적한 국가정책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처럼 탄생한 친미정권이 쇠고기 문제 때문에 실각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쇠고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해법은 ‘대국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대국민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어떠한 해법도 쇠고기 위기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시민의 건강권, 행복추구권은 무역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이기 때문이다. 과학에 대해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진리는 과학적 사실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M/M(메티오닌/메티오닌) 유전자를 한국인이 94%(서구인은 40~45%)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곧 인간광우병에 걸릴 잠재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인간광우병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의 감베티 교수의 지적을 경청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하라는 것은 한국민을 ‘실험도구화’하는 생명경시의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자유무역가치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생명가치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넷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정부의 태도는 경제적 이익을 과장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한·미 FTA의 발효는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미국에 더 많은 이익이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동아시아에는 한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 국가와 FTA를 체결했으며, 중국 또한 ASEAN과 FTA를 체결했다. 조만간 한국과 중국이 FTA를 체결할 경우 동아시아에 EU와 버금가는 거대 경제공동체가 탄생할 것이다. 한·미 FTA는 미국 기업이 중국시장과 동아시아시장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며,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경제권에 한국이 편입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경향신문 2008-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