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탈규제·감세가 인플레이션 해법이다


동문기고 안재욱-탈규제·감세가 인플레이션 해법이다

작성일 2008-06-09

<포럼> 탈규제·감세가 인플레이션 해법이다

- 안재욱 (경제75/ 28회) / 경희대 교수·경제학, 美 오하이오주립대 방문교수 -
 
최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공식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3%에서 8.5%로 치솟았으며, 러시아에서는 8%에서 14%로 뛰었다. 우리나라의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1% 상승했다.

이러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한 요인이 석유류 및 곡물류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에 있다. 최근 원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를 오르내리면서 1년 전의 65달러에서 2배로 뛰었다. 이러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각국의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자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1970년대와는 다르다. 1970년대의 세계 경제성장률이 1.5%, 세계 물가상승률이 15% 정도였던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에 따르면 2008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4.1%, 세계 물가상승률은 3.5%다. 그리고 1970년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공급 통제로부터 연유한 반면, 최근의 상황은 중국과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들의 원자재에 대한 수요 증가로 발생한 것이다. 이런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 차이로부터 발생하는 가격 상승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증가한 수요에 맞춰 원자재 공급이 증가할 것이고 고통스럽겠지만 사람들은 원자재를 절약해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정부가 고통을 덜어 준다는 명목으로 물가를 통제하거나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확대 통화정책을 쓴다면 문제는 더욱 악화할 것이다.

사실 1970년대 원유 가격 폭등에 따른 공급 충격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게 된 것은 중앙은행의 실수 탓이다. 당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공급 충격으로 경기가 침체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확대 통화정책을 썼다. 그로 인해 석유 가격 상승이 급격히 다른 물가 상승으로 전이됐고, 그러한 인플레이션은 기대 인플레이션과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을 유발했다.

지금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통화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1970년대 이래 가장 방만한 상태다. 세계 평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2000년대 들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이 확대 통화정책을 펼쳐 왔다. 미 연준은 2003년 7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정책금리인 연방기금 금리(federal fund rates)를 초저금리인 1%로 유지했다. 2006년 8월 금리를 5.25%까지 올렸지만, 그 후에도 대외 균형과 경기 침체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저금리 정책으로 약 달러 정책을 썼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 김대중 정부 말과 노무현 정부 아래서 오랫동안 저금리 정책을 유지했다.

국제결제로 쓰이는 달러가 약세이면 다른 국가들의 화폐 가치는 자동적으로 강세가 된다. 화폐 가치 상승은 수출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이를 우려한 각국은 달러와의 환율을 어느 정도 유지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는 데 자국 화폐를 공급했고, 그것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켰다. 지금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은 근본적으로 과잉 공급된 글로벌 유동성의 결과다.

지금의 글로벌 인플레이션 원인을 단순히 원자재 가격의 급등에 있다고 보고, 그로 인한 경기 후퇴를 해결하기 위해 확대 통화정책을 쓴다면 우리는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너무 많이 공급돼 있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줄이는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하며, 경기 후퇴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때 미국이 탈출한 해법에서 찾아야 한다. 규제 완화와 감세다. 그것은 현재의 경기 후퇴를 막는 길이기도 하며 향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길이기도 하다.

[[문화일보 2008-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