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유박린-보습만 잘해도 아토피 70%는 낫는다
보습만 잘해도 아토피 70%는 낫는다
- 유박린 (의학95/ 49회) /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교수 -
거주환경 및 식단의 서구화가 본격화되면서 아토피 피부염이 '신인류의 난치병'으로 불릴 정도로 늘고 있다.
국내 전체 인구의 2∼3%가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고 초등학생 이하의 연령대에서는 3.3∼4.2%가 앓고 있다는 역학조사 통계가 나올 정도다.
아토피 피부염은 그동안 알레르기성 질환의 하나로 간주됐으나 지금은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즉 과거에는 피부에 자극을 가하는 원인 물질에 대해 면역글로불린E(Ig E)가 과도하게 생겨 참을 수 없이 가렵고 진물이 나며 피부건조증,습진,각질 탈락 등이 동반되는 것을 아토피 피부염으로 정의했으나 최근에는 아토피 피부염의 약 40%가 알레르기 반응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원래 아토피(Atopy)란 어원이 그리스어로 '기묘해서 알 수 없다'는 뜻인 것처럼 발병 원인은 복잡다단하다.
이 병의 최근 경향 중 두드러진 것은 성인에서의 발병률 증가다.
유아기에는 음식 감기 예방주사 젖니 등에 따른 알레르기 유발 비중이 높다가 5∼8세 이후 점차 완화되며 성인이 되면 대부분 좋아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로,스트레스,체력 저하 등에 의해 아토피에 걸리는 성인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특징은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증가하면서 애완동물이 아토피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비율이 10여년 전 거의 '제로' 수준에서 최대 20% 수준으로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한동안 육식의 증가가 아토피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생각됐지만 여러 연구논문에 따르면 사실과 차이가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아토피 환자 어린이는 매우 적은 반면 견과류(땅콩 호두),계란,우유 등에 알레르기성인 아토피 어린이는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또한 나이가 들면 변수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영향력이 줄어들며 오히려 밀가루나 과일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아토피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연구돼 있다.
따라서 식생활의 서구화로 아토피 피부염이 증가하고 있다는 말은 각종 첨가제가 든 인스턴트식품이나 과거에는 먹지 않던 수입 농수산물 등 먹거리가 다채로워짐으로써 새로운 알레르기 유발물질(항원)이 등장하고 더불어 아토피 환자도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아토피 유발에 뭐니뭐니 해도 중요한 것은 집먼지진드기,꽃가루,애완동물의 털이나 분비물 등이다.
특히 아파트나 현대식 빌딩처럼 가을 겨울에는 지나치게 건조하고 사계절 실내온도 변화가 적은 거주환경이 이런 요인들의 온상이 되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는 성급하고 공격적인 방법보다는 느긋이 관리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흔히 한의원을 다니거나 민간요법을 통해 금세 나았다고 하지만 5세 이후 어린이의 경우 연령이 들면서 저절로 낫는 경우가 40∼60%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약으로 잘 낫지 않아도 한약은 오래 먹어야 효과가 있다거나,원래 효과가 천천히 나타난다든가,체질에 맞지 않아 잘 안듣는가보다 하면서 관대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토피 치료에 있어 묘방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아토피 환자의 피부관리는 보습에서 시작한다.
환자의 70%가량은 보습만 잘 해줘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상당히 호전되거나 완치된다.
피부장벽 보호,피부건조 방지,먼지ㆍ세균 등 피부자극물질과의 차단 등을 위해 보습제를 사용해야 한다.
요즘 세라마이드 콜라겐 스쿠알렌 비타민 항균제 등을 첨가한 기능성 보습제가 인기인데 자극이 없는 일반 보습제라도 꾸준히 사용하면 고가 제품이 아니더라도 동등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바르는 스테로이드 제제의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아토피 환자는 격한 운동과 잦은 목욕을 삼가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체온의 급격한 변화는 아토피를 악화시킨다.
하지만 아토피가 심한 상태가 아니라면 수영처럼 땀 체온변화 건조함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운동을 적당히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반적인 면역력을 키워 아토피를 치료하기 유리한 상태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또 목욕은 하루에 한 번 5∼20분 이내로 가볍게 샤워하듯 하면 좋고 2∼3일에 한 번씩 알칼리성 고형 비누보다는 항균비누나 저자극 약산성 물비누로 씻어 피부의 지방층은 보호하되 세균 증식은 막아줘야 한다.
[[한국경제 2008-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