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정경천-광우병 해답은 과학이다
[특별기고―정경천] 광우병 해답은 과학이다
- 정경천 / 경희의료원 신경과 교수 -
인간광우병 논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사실인양 떠돌고 있으며 이 때문에 나라 전체가 불안에 떨고 있다. 인간광우병은 어떤 병이고, 이 병의 진실은 무엇인가?
인간광우병은 특징적인 임상증세가 나타나기 수주에서 수개월 전부터 원인불명의 신체의 무기력감, 허약감, 식욕변화, 수면습관 변화 등 비특이적인 증상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진단에 어려움이 있으나 이후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치매증상과 신경학적 이상증상, 뇌파에서의 이상소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뇌조직의 해면상 변화라는 특징적인 병리소견을 보이는데 해당 질환으로는 쿠루,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저스만 스트라우슬러 쉥커병,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 등이 있다. 짐승의 경우 양이나 염소에서 발생하는 면양 떨림병, 밍크에서 발생하는 전염성 밍크 뇌병증, 사슴에서 발생하는 만성 소모성 질환, 소에서 발생하는 소해면상 뇌병증, 일명 광우병 등이 있다.
과거에는 이 질환들을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계 감염성 질환으로 생각하였으나, 현재는 이 질환들을 총칭하여 프리온 질환이라 한다. 현재까지 프리온 질환의 병원체에 대한 가설로는 바이러스, 바이리노, 프리온 가설이 제기됐으며 그 중 '감염성을 가지는 단백'이라는 개념의 프리온 가설이 최근 가장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면양 떨림병에 감염된 실험동물의 뇌조직으로부터 감염성을 가지는 병원체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단백분해효소 K(proteinase K)에 저항성을 나타내는 단백질, 즉 프리온을 분리하였고 이러한 단백질이 프리온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람에게 발생하는 프리온 질환 중 하나인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평균 100만명당 1명 정도 발병하며, 4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모든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중에서 85%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이다. 이 병은 만성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으로 치매와 비슷한 희귀질환이다. 국내에서만 2003년 기준 68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매년 10∼20명이 발병하고 있다. 가족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전체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의 10∼15%를 차지하고 이는 유전자의 특이적인 돌연변이를 가진 데서 발생한다.
의인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약 1∼2%를 차지하며 과거에는 뇌하수체에서 유래된 각종 성장호르몬제제를 주사로 맞을 경우 발생하였으나, 최근에는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환자를 수술한 도구 재사용 등으로 발생한다.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소해면상 뇌병증에 걸린 쇠고기 등을 섭취함으로써 발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으로 추정되고 있다.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1996년, 영국의 국립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감시국이 발견한 새로운 형태의 프리온 질환이며 후에 이 질환이 소해면상 뇌병증과 관련이 있고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섭취를 통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현재까지 166명의 환자가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으로 판명되었다.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의 원인인 소해면상 뇌병증에 걸린 소는 영국에서 1992년 3만5000여건으로 폭증했다. 그러나 2002년 100여건 정도로 매년 약 40%씩 감소하고 있으며 다른 유럽국가에서의 발병률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또 수백만명이 오염된 우육가공품에 노출되었지만 현재까지 200건 정도 발생한 희귀질환이다. 2007년 영국에서는 단 한건도 보고되지 않았을 정도로 급감 추세다.
인간 광우병 발생이 AIDS나 결핵환자에 비해 적은 것도 이런 광우병의 고리가 동물성 단백질 사료의 제어로 충분히 통제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결론은 이미 영국에서 소해면상 뇌병증와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환자의 증가세가 둔화된 것에서 알 수 있다.
다만 잠복기라든가 다른 여러 가능성에 대한 사실들은 더 연구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추적관찰도 반드시 필요하다. 막연히 '하더라'식의 불분명하고 비객관적인 태도와 가설을 가지고 과학적 정설처럼 주장하는 입장 역시 지양해야 할 것이다.
[[국민일보 2008-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