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송병록-국민의 눈높이 못맞춘 인사失政
<포럼> 국민의 눈높이 못맞춘 인사失政
- 송병록 / 경희대 행정대학원 교수·정치학 -
임명 전부터 논문 표절 문제로 자격 논란을 불러온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부동산 투기와 거짓 자경(自耕) 확인서 제출 문제로 결국 물러나게 됐다. 그런데 박 수석 혼자만의 사퇴로 이 문제가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아직도 청와대와 내각에는 불법과 탈법의 의혹이 있는 인사들은 나빠진 국민 여론이 수그러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한술 더 떠 청와대 대변인은 재산이 많다는 것 자체가 죄가 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재산이 많은 것이 어찌 죄가 되겠는가. 오히려 적극 권장할 일이다.
아직까지도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면서도 확실한’ 부의 축적 수단이 부동산 투기임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그러기에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는 재산 축적 과정의 정당성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2007년 10월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2006년 토지소유 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 국민의 약 1%인 50만명이 개인 소유 토지의 56.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미 사퇴했거나, 지금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인사 대부분이 부동산과 관련한 불법과 탈법을 저지른 것이다. 청와대가 이런 인사들을 계속 감싸고돈다면 이는 두고두고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 여권이 야당이었을 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인사 검증에 어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댔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필자는 “여론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등 돌리기 시작하며, 한번 등 돌린 여론을 되돌리기는 정말 어려운 것”이라고 노 대통령 집권시 어느 신문에 썼던 칼럼의 일부분을 다시 한번 인용하고자 한다. 그런데 지금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의 부동산 의혹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500만표 이상의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내각 구성 때부터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을 장관으로 임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론에 밀려 3명의 장관후보자가 결국 사퇴하기도 했다. 임기 초인 이 대통령은 앞으로 집권 5년 동안 함께 일해야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 자체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노 정부처럼 ‘끼리끼리’나 ‘돌려막기’로 국정을 운영할 수는 없지 않은가.
벌써부터 이 정부는 인물난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이 대승적 차원에서 마음만 열면 대한민국에 널려 있는 게 바로 인재(人才)다. 풍부한 인적 자원 그 하나로 우리나라는 불과 한 세대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다.
이 대통령은 국내에는 자신의 경쟁 상대가 없으며, 외국의 지도자들이 경쟁 상대라고 했다. 이는 자신감의 발로지만, 주객이 전도된 발언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국민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즉,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물과 정책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지극히 높은 자리이면서 가장 낮은 자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통령이 삼고초려의 자세로 인재를 등용하려고만 한다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바란다.
이제 출범한 지 두 달 남짓한 이 정부가 무엇보다도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인사 실정(失政) 때문에 벌써 국민 지지율이 30% 정도 하락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이를 계속 무시한다면 국민에 대한 오만이다. 지금과 같은 실패한 인사 검증 시스템으로 하자가 많은 인물을 중용한다면 이 정부의 앞날이 심히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이제부터라도 인사 검증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운용해 진정으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인재를 등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2008-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