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준-우주로의 첫 걸음


동문기고 김상준-우주로의 첫 걸음

작성일 2008-04-25

[과학칼럼] 우주로의 첫 걸음 
 
- 김상준 / 경희대 교수·우주과학과 -

필자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69년 아주 덥던 여름방학 때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 착륙에 성공하였다. 대학입시 공부하기 바쁜 가운데서도 아폴로 착륙선이 달 표면에 안착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TV를 통해 가슴 떨면서 보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한국은 경제 살리기에 여념이 없었고,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전 세계에 생중계로 사치스러운(?) 우주 쇼를 펼쳐 보일 때 우리는 부러움을 넘어 마치 공상과학영화를 보는 듯하였다.
이제 거의 40년이 흘러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3위가 되었다. 세계 16개국이 협력하여 건설 중인 450t이나 나가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비록 남의 우주선을 빌려 탔지만 이소연씨는 우주로 간 첫 한국인이 되었다. 한국은 세계 36번째 우주인 배출국, 여성 우주인으로는 49번째라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여섯 가지 첨단산업기술(IT-BT-NT-CT-ET-ST) 중 가장 낙후한 우주과학기술(ST) 분야의 후속 사업이 어떻게 전개될까 주시하게 된다.
요즘 한국은 실용주의가 대세인 것 같다. 즉 실익 없는 명분보다는 실제로 이로운 것을 먼저 추구하자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우주개발이 우리에게 어떤 실익이 있는지, 선진국에서는 세계적인 부호들이 자비로 우주비행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가가 경제적·학문적 가치도 적은 우주인 만들기 이벤트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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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기술 대부분 우주개발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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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논쟁에 대한 올바른 결론을 얻는 데 선두주자인 미국의 우주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20세기 과학 발달사가 그러하듯 미국의 우주개발도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인류 공동선을 위해 시작되진 않았다.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을 우주공간에 올렸고, 핵탄두를 이 인공위성에 장착하여 발사하면 핵탄두가 미국 도시에 수분 내에 도착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되었다. 1960년 초 갓 취임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0년 이내에 미국인을 달에 보내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후 미국은 달 탐험보다 스파이 위성과 우주감시 시스템을 만드는 데 훨씬 더 많은 돈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소련과의 우주경쟁 과정에서 파생되는 많은 첨단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우주선에 들어가는 장비들은 지상과는 달리 무중력·고진공·극저온·극고온 등 혹독한 환경에서도 작동해야 한다. 우주개발을 위해 엄청난 계산을 해야 하는 상황에 따라 70년대 컴퓨터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였고, 80~90년대에 우주 통신을 이용한 정보화 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되었다. 파생된 기술들은 차에 장착된 내비게이션, 공기청정기, 자외선 차단용 안경, 인체단층촬영, 연료전지 등 수많은 신상품 및 새로운 부(富) 창조의 근원이 되었다.
이렇게 파생된 기술들은 미국의 기업뿐만 아니라, 국방과 문화 예술 저변에서도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우주전쟁에 대비하여 우주사령부를 만들고 우주감시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있다. 얼마 전 이라크전에서 미군이 우주기술을 이용하여 목표물을 정확히 맞히는 것을 목격하였다. 이 전쟁은 우주기술을 가진 나라와 못 가진 나라와의 전쟁 결말이 어떻게 나는지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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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명분 넘어선 국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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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의 당위성을 실용주의 측면에서 따질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우주개발을 하지 않는 나라는 첨단기술을 습득하기 어렵고, 신기술 개발에서 뒤처져 경제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나라를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오직 우리의 상상력과 창조력에 의한 무한도전이 우리를 먹여 살릴 것이다. 우리 자식들에게도 꿈과 희망에 기초한 상상력과 창조력을 심어주어야 그들이 선진화된 한국에서 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겨우 우주로의 첫걸음을 떼었다. 한국 우주인이 타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이 이따금 밝게 빛나며 서울 상공 위를 지나간다. 몇 해 전 국내 일부 언론에서 미확인 비행물체(UFO)라며 보도했던 그 빛나는 물체이다. 이소연씨의 무사 귀환을 빈다.

[[경향신문 2008-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