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국- 韓ㆍ美 정상회담을 FTA비준 기회로


동문기고 김상국- 韓ㆍ美 정상회담을 FTA비준 기회로

작성일 2008-04-23

[테마진단] 韓ㆍ美 정상회담을 FTA비준 기회로 
 
- 김상국 / 경희대 산업공학과 교수 -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두 가지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전통적 한ㆍ미 우호관계의 확인이고, 둘째는 가장 현안이 되고 있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타결이다.

지난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큰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가장 큰 실책은 한ㆍ미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미국 일방 정책이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특수한 위치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는 우리에게 남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러시아, 일본, 중국에 둘러싸여 있다. 러시아는 아시아에 부동항을 갖는 것이 제정 러시아 때부터의 꿈이었고, 일본은 자기 국토가 7000만이 살기에 적절한 크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며, 중국은 최근에 보도 듣도 못한 동북공정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큰 나라들의 이러한 주장들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그들의 주장이 옳고 그름도 따져야겠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단독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비용 또한 감당할 수 없다.

국가의 안보는 감상적인 센티멘털리즘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이 대통령의 방문 목적은 한ㆍ미 FTA의 조속한 체결이다.

지난 2월 우리나라 임시국회에서 통과가 되었고, 미국 의회에서도 이번 3월 말까지 상정되었다면 참으로 좋았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실망할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어려운 도전은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 대선후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한ㆍ미 FTA는 재협상의 가능성은 있겠지만 타결은 되리라고 본다.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은 "자유무역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됐으며 미국에 고소득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한ㆍ미 FTA에 찬성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후보인 버락 오바마는 "나는 자유무역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FTA는 미국 노동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노동과 안전, 환경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한ㆍ미 FTA를 반대하고 있지만 그녀가 과거 8차례의 미국 FTA 협정에서 7차례 찬성한 것으로 봐서 민주당이 중시하는 농업, 자동차, 쇠고기 등의 문제에서 해결책이 마련되면 구태여 반대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자동차 문제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미 GM 노조가 찬성하였고, 우리 기업은 이미 미국 현지 공장에서 수많은 직장을 미국인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자동차는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이미 포기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한ㆍ미 FTA 체결을 위해 몇 가지 전략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왜 FTA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몇 년 전 본인은 미국자유무역청(United States Free Trade Commission) 사람들에게 `자유무역이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강의의 논리는 간단하였다.

미국인들이 한국 상품을 사주는 것이 한국인에 대한 은혜로운 마음에서 사는 것인가, 아니면 한국 상품이 가격에 비해 품질이 더 좋기 때문에 사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었다.

즉, 우리나라는 가격에 비해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미국에 제공함으로써 미국 국민들의 생활의 질을 높이고, 동일한 소득으로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며, 궁극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논리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미국의 자동차는 시장이 더 개방되어도 우리 국민의 선호 차이 등으로 큰 수입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쌀과 농업은 재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쇠고기 문제가 있지만 이미 우리나라 쇠고기 시장은 뚜렷하게 양분되어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한우와 경쟁하지 않고 호주산 쇠고기와 경쟁할 것이다.

또한 오바마는 FTA에서 `안정과 환경`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 대통령이 주장하는 `인간안보`와도 일치하는 견해다.

우리 국내 산업은 보호의 차원에서 안주하던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미래지향적인 사고와 실천적인 행동을 통해 과거의 틀을 벗어나, 이제는 글로벌한 코리아를 지향할 때가 된 것이다.

[[매일경제 2008-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