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정기택-보장 부족한 건보, 민영醫保로 보완하자
[기고/ 정기택] 보장 부족한 건보, 민영醫保로 보완하자
- 정기택 / 경희대 교수·의료경영학과 -
우리나라는 1977년 건강보험 실시 이후 12년 만에 전 국민 의료보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세계에서 최단기간에 전 국민 의료보장을 완성한 국가로 평가받는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높은 본인부담이나 비급여 서비스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06년 건강보험의 의료비 보장비율은 55∼61%로 추정됐다.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고액 의료비(예컨대 1000만 원)가 발생하는 큰 병이나 사고를 당했을 때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평균 450만 원에 이른다는 점을 국민 대다수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참여정부에서는 2005년부터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그러나 섣부른 정책 시행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도 없이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의 재정만 악화됐다. 건강보험의 재정 상황을 보면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 하루에 약 13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를 해결하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국민 63%가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건강보험 외에 민간의료보험 등 다양한 의료재원 조달 방안을 고려해 보아야 할 때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건강 관련 보험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했다. 1996년에 1조3000억 원이던 보험시장이 2000년에 3조 원으로, 2006년에는 8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민간보험 가입자 중에 90%가 암보험 등 특정 질환에 대하여 정액을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예컨대 암보험에서 보장하는 7대 암 이외의 암이나 다른 병에 걸리면 보장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건강보험 보험료 수입의 30% 이상의 보험료를 국민이 자발적으로 내면서도 의료보장에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2005년부터 시행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서도 암 등 특정 질병에 대해서만 보장을 확대함으로써 우리나라 의료보장은 심하게 말해 로또와 비슷해졌다. 즉, 주요 암에 걸리는 경우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에서 지급하는 보험금을 합치면 의료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아 이익이지만, 그 외 질병에 걸리면 보험료를 많이 내고도 보장을 받지 못해 가계가 파탄날 수도 있는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의료 실비를 직접 보상하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의 역할을 잘 규정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실손형 보험은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실제 본인부담금을 전액 또는 상당 부분 실비로 보상하는 진정한 민간의료보험이다.
이 민간보험과 관련해 지적되는 중요한 문제로 저소득층이나 고위험군은 민간의료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점에서 의료서비스 이용의 양극화를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민영보험과 공보험 간의 연계 및 역할 제고를 통해 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전 국민 의무가입이라는 현재의 틀은 유지하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재원 확보는 민영보험을 통해 보완한다면 보장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극빈층 및 차상위 계층의 무상진료 등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의료보험 확대 문제는 건강보험 및 보건의료제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해 관계자마다 다른 입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앞에서 지적한 문제를 보완한다면 사회적 수용 가능성이 높은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 2008-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