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박영국-튀어나온 입 교정하려면
][박영국교수의LOVETOOTH] 튀어나온 입 교정하려면
- 박영국 (치의72/ 28회) / 교수경희대치대병원 교수·교정과 -
미의 기준이 서구화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몽골계 동양인이 ‘부당한 눈총’을 받는 부위가 입이다. 기능적으로는 전혀 이상이 없는데도 우리의 심미적 기준은 돌출입을 꺼려한다.
아름다운 얼굴과 치열에 대한 보편적 평가 기준은 매스미디어의 ‘학습효과’와 무관하지 않다. 전 세계 TV·영화·잡지에 등장하는 광고와 드라마의 모델은 주로 코카서스 인종으로 분류되는 서양인이다. 이 때문에 어느 나라 사람이든 아름다운 입술 모양에 대한 기준은 유사하다. 코끝과 턱끝을 연결하는 선에 입술이 가볍게 접촉하는 상태다. 그리고 윗입술은 약간 바깥쪽을 향하는 함몰 곡선을 보이고, 아랫 입술은 윗입술보다 약 2㎜정도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입 모양이다.
돌출입은 입술을 다물기 힘들다는 단순한 불편함 외에는 특별한 기능적 장애가 없다. 그럼에도 ‘부정교합’으로 분류된다. 음식물을 삼키기 위해서는 입술을 닫아야 하는데 돌출입인 사람은 음식물을 씹거나 삼킬 때 비정상적으로 입술 근육을 많이 수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돌출입 교정의 화두는 ‘시간’이다. 최대한 신속하게, 그리고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돌출입을 고치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니 치아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시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예컨대 돌출된 앞니를 갈아내고 신경을 죽인 뒤 인공치아를 끼우는 극단적 방법을 사용한다. 멀쩡히 살아 있는 치아를 죽여 인공치아를 위한 지지대로 삼는 것이다. 이 경우 당분간은 미용적으로 만족하지만 4~5년이 지난 뒤 자생력을 잃어버린 치아는 서서히 무너진다.
앞니가 있는 부위의 잇몸뼈를 통째로 뒤로 넣는 수술도 시행된다. 단시간에 돌출입을 교정하는 장점이 있지만 입술모양이 어색하다. 갑자기 입을 집어넣으니 입술 연조직(살)이 바뀐 입모양에 자연스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래턱이 작아서 뻐드렁니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 무리하게 입을 집어넣으면 얼굴 모양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빠른 교정’은 이런 환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요즘 교정치료는 잇몸(어금니쪽)에 미니 임플란트라는 작은 나사못을 심고 이를 이용해 앞니를 뒤로 움직이는 새로운 시술이 정착되고 있다. 보통 8개월여 소요되는 교정기간을 5개월 정도로 30% 이상 단축시킬 수 있다. 특히 돌출된 입술이 앞니 이동에 따라 서서히 적응하게 되므로 훨씬 자연스러운 입술을 가질 수 있다. 이 방법은 종래 어금니에다 와이어를 연결해 앞니를 견인함으로써 어금니가 약해지는 단점도 개선할 수 있다.
최근‘빠른 교정’은 정말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지 못한 무모한 교정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중앙일보 2008-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