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성급한 시행은 오히려 독… 충분히 검토를


동문기고 정세영-성급한 시행은 오히려 독… 충분히 검토를

작성일 2008-03-28

성급한 시행은 오히려 독… 충분히 검토를 

- 정세영 / 경희대 약대 교수 -

정부가 일반의약품 일부를 의약외품으로 전환해 이를 약국 외에서 자유롭게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일부 시민단체는 국민 편의를 높인다는 명분에서, 정부는 악화 일로에 놓인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시키려는 수단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던 타이레놀을 보자. 타이레놀은 아스피린이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다수 보고되면서 그 대체품을 찾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좋다고 하여 약국뿐만 아니라 슈퍼에서도 자유롭게 팔았던 대표적인 약물이다. 그 결과가 어떤가. 간 기능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 중에서 숨지는 자가 속출하고 건강한 사람들까지도 간이 나빠져 일생동안 고생을 하게 되는 등 일반의약품의 자유로운 판매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일반의약품 중 의약외품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전환하려는 일반의약품의 목록을 결정하기 위한 전문가의 검토 기간이 최소 1, 2년은 확보돼야 한다. 둘째, 약사들은 국민의 편의를 생각해 좀 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휴일에 당번 약국을 정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좀 더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곤란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분석하고 대처해야 한다. 많은 선진국이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함으로써 보험재정을 안정화시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연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넷째,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보다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홍보·교육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세계일보 2008-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