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물가 비상… 세제·규제 완화 시급하다


동문기고 안재욱-물가 비상… 세제·규제 완화 시급하다

작성일 2008-03-05

<포럼> 물가 비상… 세제·규제 완화 시급하다
 
- 안재욱 (경제75/ 28회) / 경희대 교수·경제학, 美 오하이오주립대 방문교수 -
 
새 정부를 맞아 새롭게 도약하고자 하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대외경제 여건이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전반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까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밀 가격이 국제시장에서 하루에 22%나 오르는 등 주요 식품 원료인 밀과 콩, 옥수수 등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했다. 이에 따라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곡물 가격 급등은 작년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국제 밀 가격이 80%나 급등했고 올 들어서 작년 말 가격보다 무려 100% 이상 올랐다. 또한 콩은 최근 1년간 96%, 옥수수는 25% 이상 급등했다. 이렇게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공급 조건에 비해 식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의 재고량이 1980년 이래 최저이며 세계 농업생산이 크게 증가할 요인이 없는 반면, 거대한 인구를 가지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소득 증가로 인한 육류 소비 증가로 사료용 곡물 수요와 미국 등 선진국에서 휘발유의 대체에너지인 에탄올 생산을 위한 옥수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 물가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소비자물가가 3.6% 오른 데 이어 올 1월 물가 관리 목표 상한치인 3.5%를 훨씬 넘는 3.9%까지 치솟았다. 1월의 수입물가 상승률이 21.2%에 이르렀고 농산물 수입물가 상승률은 38.1%나 됐다.

물가가 오르면 당장 어려움을 겪는 계층은 서민층이다. 특히 식품 가격이 오르면 더욱 그렇다. 서민들이 소득 중에서 가장 많이 지출하는 항목이 식품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취임식에서 공표한 “서민이 살기 편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는 무엇보다도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고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세계경제 침체와 국제 유가 및 국제 곡물가의 폭등과 같은 외부 충격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경제 원리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 최선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침체하게 된 근본 원인은 기업 의욕을 북돋우고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키기보다는 억제하고 마비시키는 정책 남발 때문이었다. 세금 폭탄, 부문별한 주택정책, 규제 강화 등으로 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것들을 일단 제거한다면 지금의 어려운 여건을 타개하고 물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유류세를 포함하여 밀, 옥수수 같은 사료용 곡물 등 주요 원자재 품목의 할당 관세를 내리고, 주택 관련 세금과 소득세·소비세 등을 인하하며,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면 기업의 투자 증가와 기술 혁신을 통해 기업의 생산이 증가하고 소비가 늘어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많이 완화될 것이다. 세수 감소는 정부의 규모와 지출을 줄이면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통화정책이다. 만약 지금의 상황에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춘다든지 유동성을 확대한다면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여 그야말로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을 것이다. 통화 당국은 결코 그러한 유혹과 압력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끝으로 정부는 이러한 정책들로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 또한 정부가 이러한 정책들을 편다면 정부를 믿어 물가 상승을 빌미로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대외경제 여건은 우리가 극복하고 넘어가야만 하는 역경이다. 정부와 국민이 일치 단결한다면 우리는 지금의 여건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고 물가 안정 속에 경제 성장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2008-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