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정진영-글로벌 코리아의 ‘자원+기여’외교
<포럼> 글로벌 코리아의 ‘자원+기여’외교
-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
한국외교는 지금껏 남북관계와 주변4강 외교에 매몰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의 험난한 여정을 생각할 때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기간과 당선인 시절에 자원외교를 강조했다. 취임사에서는 이에 더해 ‘인류 보편의 가치를 구현하는 기여외교’에 적극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이른바 ‘글로벌 외교’를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한국외교의 지평을 한 차원 높이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자원전쟁에 직면해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발전하면서 에너지와 광물자원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석유와 주요 원자재의 국제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자원의 확보 자체마저 불투명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천연자원이 빈약한 대한민국에는 중대한 위협이다. 한국경제는 해외로부터 에너지와 기초자원이 안정적으로 도입되지 않는다면 유지될 수 없다. 한국경제의 생명줄이 해외 자원의 안정적 확보에 달려 있는 셈이다. 물론 이 생명줄을 튼튼하게 유지하기 위해 제1차로 필요한 것은 대외 지불 능력이다. 한국경제의 국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상승시켜 나가면 국제 원자재와 에너지 값이 오르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원의 확보와 안정적인 공급은 국제관계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불 능력이 있어도 안정적으로 구입할 수 없거나 남들보다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안보, 즉 경제 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이러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원 수출국들과의 우호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른바 자원외교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위한 훌륭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곧 한국의 성공적인 경제개발 경험이다. 후발 개도국들은 이를 전수받고 싶어 한다. 자원 수출 개도국들도 경제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이들과 나눠 갖기 위한 노력이 자원외교를 위한 우리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의 공적개발원조(ODA) 증대도 잘 활용될 수 있다. 우리의 ODA 수준은 아직 국제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협력기구(DAC) 회원이 되려면 국민소득의 0.1% 이상을 개도국 원조에 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목표로 ODA 자금을 늘려 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의 1차적인 목표는 빈곤 퇴치와 국제 평화 기여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증진시키는 데 있어야 한다. 지난날 국제적인 원조의 주요 수혜국으로서 또한 선진국 클럽이라고 불리는 OECD 회원국으로서 한국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원조 공여국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ODA 자금을 우리의 국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줄 아는 기여외교를 펼쳐야 한다. 예컨대, 개도국의 공무원이나 대학생들을 한국으로 초청,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을 대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교육받은 개도국 연수생들은 자국의 경제 개발에 필요한 중요한 인적 자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가질 것이다. 이른바 친한파를 양성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개도국 원조는 또한 한국의 대학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 외국 학생들에게 준 장학금은 대학의 등록금으로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외교는 남북관계와 주변 4강 외교에만 사로잡혀 있을 수 없다. 한국의 위상에 부합하는 글로벌 외교를 펼쳐야 한다. 이러한 포부를 천명하고 출범한 새 정부의 외교 성과를 기대해 본다.
[[문화일보 2008-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