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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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파도 위에서 서핑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잔잔한 바다를 원하는 어부들과는 달리 이들은 파고가 크면 클수록 더욱 흥분과 감격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밀려오는 파도를 헤치고 바다속으로 들어가 서핑보드 위에 올라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물결의 격동을 온몸으로 즐기는 것이다. 서핑이 주는 가장 큰 특징은 단 한번도 똑같은 파도가 없다는 것이다.
바다를 세상의 삶이라 한다면 풍랑은 시련이라 할 수 있다. 죽은(死) 고기는 파도에 밀려 떠내려가지만 산(生) 고기는 파도를 헤치며 자기 마음대로 움직인다.
이를 보면서 우리의 삶을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삶의 폭풍이 거셀지라도, 아무리 큰 위기가 닥쳐올지라도 도전정신과 자신감을 갖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염려하거나 두렵지 않을 것이다.
미국 보스턴 미술관 소장 작품 중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폴 고갱의 말년 작품이다. 왼쪽 상단에는 강렬한 노랑색 바탕 위에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이 불어로 적혀 있다고 한다.
문명의 기교를 뛰어넘어 원시의 순수를 원시적 열정으로 화폭에 담은 이 작품은 '색채를 통해 인간의 완성'을 꿈꾸게 했다는 위대한 평가를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 평가를 받고 있는 고갱은 자신을 '예술적 혁명가, 순교자'라고 불렀다. 밤낮으로 매달려 완성한 이 긴 제목의 걸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알면 그가 왜 예술적 혁명가를 자처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고갱은 프랑스에서 무시받고 타히티로 돌아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질병과 궁핍이 떠나지 않았다. 고독과 절망 가운데 자살을 꿈꾸기에도 벅찰 만큼 힘든 삶을 살아온 그였지만, 그는 죽음을 선택하기보다는 견딜 수 없는 절망과 고통을 예술의 혼으로 녹여 위대한 걸작을 탄생시킨 것이다.
삶은 고통이 절반이다. 아니 절반보다 더 깊고 깊은 늪일지도 모른다. 고통의 늪은 어쩜 죽음의 순간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걸작품이 될 수도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죽음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걸작품이 되기를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내가 결정해야 할 내 몫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나의 인생의 그림은 달라지게 된다. 고통과 절망과 지극한 아픔은 걸작품을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다. 우리는 삶의 절반인 고난의 풀무에 눈물짓지 말자. 고통의 단련은 축복이다.
하나님이 우리 인간에게 주신 능력이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생각이라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힘, 둘째, 눈에 보이는 것으로 나타낼 수 있는 힘, 셋째, 많은 사람에게 생각을 알릴 수 있는 힘이다. 이 세 가지의 힘은 위대한 인생의 자원이다.
우리는 어떠한 시련이 온다해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사고' 를 갖고 있다. 색채로 인간의 완성을 꿈꾼 화가란 말이 부럽기까지 하다. 고갱이 죽기 전에 대작을 완성시키고 싶다며 거의 실신상태에서 열정으로 한달을 밤낮으로 작업을 한 결과 최고의 작품, 명품을 탄생시키지 않았던가.
요즘은 원고를 쓸 때 볼펜을 당해낼 수가 없어 연필로 원고를 쓰고 있다. 때로는 힘이 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이럴 때마다 난 다산 정약용 선생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있다.
십수년의 귀양살이에서도 좌절에 빠져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고 그 고통속에서도 많은 명서(名書)를 남기면서 소중한 삶을 살아왔다.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사치라는 마음에서 부끄럽기까지 하다.
그들을 생각하면 지금 현재의 내가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정금을 꿈꾸는 일을 포기하는 인생이 되고 싶지는 않다.
며칠 전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국가와 사회에 대한 탓으로 돌린 한 노인의 맹목적인 증오심이 610년을 버티어 온 국보 1호인 숭례문을 잿더미로 만들면서 온 국민을 참담한 심정으로 몰아 넣은 사건이 발생, 안타까움을 느낀다.
범인이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후회의 말을 남기고 일부에서는 책임론을 말하지만 문화유산이 소실된 상황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모든 게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다.
필자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은 개인의 그릇된 고정관념에 박힌 생각도 문제겠지만 무엇보다 공무원이나 행정기관이 항상 '법과 규정'을 들어 무사안일 주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싶다. '오늘만 무사히' 하며 육신만 앉아 국민의 혈세만 축내는 공무원은 이제 떠나야 한다.
전에도 언급 한 적이 있지만 똑같은 환경미화원이라도 부정적인 생각에서 불평을 하며 마지못해 일하는 사람과 긍정적인 생각에서 긍지와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일하는 사람과의 생각에 차이는 엄청나게 다르다.
누구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인생의 행로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고정관념에서의 사고를 긍정적인 사고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