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조현용-아름다운 세상 기원하는 덕담으로 새해 열자
[기고] 아름다운 세상 기원하는 덕담으로 새해 열자
- 조현용 / 경희대 한국어교육 교수 -
2008년이 시작된 지가 한참 되었지만 우린 아직도 새해를 맞지 못했다. 설날이 오기 전까지는 종종 새해 인사조차 어색하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올해가 쥐띠해라고 하는데, 아직 설이 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돼지띠인 셈이다. 그럼에도 1월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쥐의 특징을 부여하는 것은 다 부질없는 일이다.
새해에 우리가 하는 말 중에 덕담이 있다. 새해가 되면 모두 덕담 한마디를 듣기 원하고 해주기를 원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말에는 ‘새해에는 하는 일이 잘되기 바란다든지, 건강하라든지, 좋은 직장에 취직하라든지, 좋은 사람 만나라든지’ 하는 덕담이 뒤를 따르게 된다.
덕담 중에 경제적인 내용의 덕담이 있기도 하지만 최근의 덕담들은 지나치다 싶은 정도로 직접적이다. ‘부자 되세요’로 대표되는 덕담은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도 만들지만 아무래도 황금만능시대가 되었구나 하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요즘엔 아예 한 술 더 떠서 ‘대박 나세요’, ‘로또 당첨되세요’ 등의 인사들이 오고가기도 한다. 물론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던지는 말들로 알고 있다. 이러한 덕담을 하는 것이 각박한 인생사에 활력처럼 느껴지다가도 왠지 너무 모든 것이 돈에만 맞추어져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돈이 삶의 목표가 돼 버렸다.
덕담의 의미를 살펴보면 덕담의 내용을 반성하게 된다. 덕담은 그야말로 덕(德)이 담긴 이야기가 아닌가. 새해의 덕담이 진정 그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돈 얘기보다는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기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부자 되세요’보다는 ‘행복하세요’가 아름답고, 행복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많이 도우라는 말이 아름답다. 다른 이들을 아프게 하지 말고, 상처 주지 말고, 슬프게 하지 말고 웃을 수 있게 해주라는 말이 따뜻하다.
또한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기 바란다’는 덕담은 어떨까 한다. 조금은 직접적인 느낌이지만 새해에는 ‘부자 되세요’보다 ‘효자 되세요’라는 반성의 덕담을 주는 것을 어떨까. 본인이 효자라 생각하는 이는 없을 터이니 반성의 의미도 될 것이다. 효도는 물론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겠지만 서로 약간씩의 부추김도 필요하다고 본다. 서로 경쟁도 때에 따라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덕을 나누어 주면서 산다. 덕분(德分)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부모님 덕분에 이 세상에 태어났고, 선생님들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살고 있다. 가족들 덕분에 하루의 피로를 잊기도 하고, 친구들 덕분에 삶의 즐거움을 누리기도 한다.
이제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설부터라도 덕담을 통해 서로에게 덕을 나누어 줄 수 있기 바란다. 그래서 새해에는 우리 모두 서로에게 깨달음을 주는 삶의 동반자가 되었으면 한다.
[[세계일보 2008-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