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박영국-주걱턱, 깎을까 말까
[박영국교수의LOVETOOTH] 주걱턱, 깎을까 말까
- 박영국 (치의72/ 28회) / 경희대 치대병원 교수(교정과) -
“어릴 때는 얼굴이 동그랗고 참 예뻤는데….” 아이의 주걱턱 때문에 병원을 찾은 엄마들이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에 흔히 내뱉는 말이다. 부모를 졸라 병원을 찾는 주걱턱인 아이들은 대개 사춘기 중·고등학생들이다.
어머니들은 수심에 가득 차 있다. ‘왜 주걱턱은 생기며, 이 시기에 수술을 하자는 걸까’‘교정치료 적기라고 하는 8∼10세 이전에 치료를 했으면 수술 없이도 예쁜 턱을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턱뼈 수술 도중 잘못되거나 수술 후유증은 없을까’…. 어머니의 걱정과 의문은 꼬리를 잇는다.
흔히 주걱턱으로 일컫는 아래턱뼈의 성장과잉, 즉 ‘하악골전돌증’은 혀를 내밀거나 손가락을 빠는 습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환경 요인보다 오히려 대부분 유전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어린 나이에 교정치료를 시작해도 예쁜 턱을 갖기는 힘들다. 오히려 어린 나이에 무리하게 교정치료를 받으면 치열과 턱뼈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교정치료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심리적으로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얼굴 뼈는 크게 뇌를 보호하는 두개골과 위턱뼈, 그리고 아래턱뼈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두개골은 일찍 성장해 만 6세가 되면 이미 성인 얼굴의 95%까지 도달한다. 이에 반해 위턱뼈와 아래턱뼈는 키가 크는 비율과 같은 일반 성장곡선을 보이다 사춘기 때 유독 얼굴뼈 중에서 더 많은 성장을 보인다. 특히 위턱뼈보다 아래턱뼈가 두 배 정도 성장 속도가 빨라 초등학생 때 약간 나온 주걱턱이 사춘기가 되면서 크게 얼굴 모습을 바꿔놓는다.
주걱턱인 사람은 위턱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 따라서 뺨이 볼록하지 않고, 편평하거나 움푹 꺼진 모양을 보인다. 또 아래턱이 나오면서 동시에 얼굴 한쪽이 비뚤어지는 ‘안면비대칭’이 동반되기도 한다.
아이의 앞니가 반대로 물리거나, 뾰족 턱을 가진 경우 교정치료를 받아야 할지, 아니면 수술을 해야 할지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치과에서 진찰과 얼굴 X선 사진을 판독해 보면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턱뼈의 모양과 성장 유형이 교정치료에 적합하지 않다면 차라리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술로 교정을 받는 편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
턱뼈 수술은 다른 부위와는 달리 수술 결과가 외모뿐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저작 기능과 직결된다. 따라서 전문가의 사려 깊은 진찰과 치료가 이뤄질 때 후유증 없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주걱턱은 더 이상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언제 치료를 시작하고, 수술이 꼭 필요한 상태인지, 부모가 궁금해 하는 맞춤형 답을 치과의사는 알고 있다.
[[중앙일보 2008-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