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악글은 살인행위


동문기고 목요칼럼- 악글은 살인행위

작성일 2008-02-06
안호원 news@pharmstoday.com 
 
의혹....소문.... 괴담.... 그리고 강한 부인(否認). 신년 새해부터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나훈아 괴담’이 당사자가 기자회견을 자처하면서 열기가 식어 지는 듯 하지만 그 후유증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스포츠 연예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소문이 마치 사실인양 떠돌다 일간지를 비롯한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가 경쟁적으로 여과 없이 확대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일파만파로 커져 갔다.

더욱이 인기 여배우들이 나훈아 염문설에 연루되면서 많은 이들의 흥미꺼리가 되었다. ‘펜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는 나훈아 씨를 보았다.

나 씨는 기자회견에서 잘못한 게 없으니 해명이 아니라며 괴소문들에 대해 조목조목 부인 한 뒤 “악성루머에 만신창이로 다 찢겨졌다”며 “이제는 꿈도 없다. 가슴에 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괴로운 심경을 털어 놓았다.

더구나 신체훼손 설을 해명할 때는 흥분한 나머지 단상에 올라가 바지춤을 내리려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또 자신과의 염문설에 관련,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두 여배우를 언급하면서 “그들의 의지가 약하고 견디기 어려운 성격이었다면 자살까지 했을 지도 모른다” 며 “이는 굴뚝도 없는데 연기를 피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분통을 터트리며 사실 확인 유무에 상관없이 보도를 일삼은 언론을 질타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지난해 초 두 명의 젊은 여자 연예인들이 악성루머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기억 할 수 있을 것이다. ‘조르 주 뒤 비’의 말처럼 ‘사생활이란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은둔의 영역’ 이다. 그런데 아무도 침범 할 수 없는 그 은둔의 영역이 무참히 까발려지고 있다. 살인 행위와 같은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데도 사람들은 그저 흥밋거리로만 생각한다.

그간 연예인들의 사생활과 그에 관련된 루머들은 으레히 세인들의 안주거리였다. 언제부터인가 인격수준을 벗어나 한 인간을 매장하는 행위에 대한 일말의 가책도 없이 ‘카~더라’ ‘그랬더라’ ‘아니면 말고’ 식으로 가혹한 가십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흥미꺼리로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비단 연예인뿐만 아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적인 사진과 글들이 짜깁기 되어 순식간에 펌을 통해 공유되면서 사생활이 노출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대중이 좀 더 자극적이고 가십거리가 될 상 싶으면 가상 시나리오를 사실처럼 둔갑 시켜 많은 대중을 현혹시키는 데 여기에는 윤리 의식의 제동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지난해 온 나라를 뒤흔든 ‘신정아 사건’도 결국 동일선상에서 볼 수밖에 없었고, 역시 대중의 흥밋거리 대상으로 희생자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악성루머가 한 사람을 매장 시키며 커다란 상처를 주게 되는 범죄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태연하다.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른다.

필자의 경우도 생전 처음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그런 아픔을 당한 적이 있다. 사실 여부 확인도 없이 ‘카더라’ 식으로 불특정 다수가 보는 카페에 악성루머를 올려 해명도 못하고 심적 고통을 당 한 적이 있다. 진실 여부를 떠나 악(惡) 글이 올라오면 당사자는 명예훼손을 뛰어넘어 인격적 살해를 당하는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나 씨는 유명인사로 그나마 기자회견을 통해 결백을 주장하며 울분을 터트릴 수가 있었지만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나 같은 경우 그 억울함을 어디에도 호소할 수가 없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 젊은 사람의 장래를 생각해서 조건 없이 용서를 하겠다고 기도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 상처의 흔적은 쉽게 아물지 않는 것 같다. 악성루머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 상처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를 안다.

이제는 언론의 경우 독자들의 흥미위주 기사보다 사실 여부를 먼저 확인 정확한 취재 보도를 통한 기사를 써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악글은 살인 행위다. 또한 정부에서는 그런 악글을 익명으로 인터넷이나 포탈 싸이트에 올려 인격을 훼손하는 사람들에게 엄중한 벌을 줄 수 있는 법을 제정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73%가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99%가 청소년이라고 한다. 문제는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7개중 1개는 악플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초 유니, 정다빈 등 유명연예인들이 악성루머에 시달리다 자살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악의적 댓글에 대항한다는 뜻에서 선(善) 플(Sun Full)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악성 댓글은 상대에게도 심한 상처를 줄 수 있을뿐더러 자신에게도 고통을 안겨준다는 것을 알고 또 나 자신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 쉽게 현혹되는 우리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강남에서 시작된 선플 운동을 계기로 이제는 악플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선(善)플을 달 수 있는 인성교육을 받는 제도적 장치가 범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졌으면 한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