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주재우-첫 단추 잘못꿰는 ‘중국 외교’
[기고] 첫 단추 잘못꿰는 ‘중국 외교’
- 주재우 / 경희대 교수·싱가포르 대학 방문학자 -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 15일 중국의 공식 특사 왕이(王毅) 외교부부장을 접견하고 첫 공식 외교 행사를 가졌다. 이 당선인의 실용주의 외교가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실용주의 외교에 대한 정의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MB독트린’과 당선인의 언행에서 추론할 수 있겠다. 실리위주의 외교이며, 외교 범위와 대상이 전폭 확대되었다. 그리고 이를 수반하기 위한 인수위의 외교안보전문가도 능력과 실력 위주로 인선되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른 인수위의 외교안보분과위원에는 중국 전문가가 없다. 이 당선인의 첫 외교행보는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것 같아 벌써부터 우려가 되고 있다.
이 당선인은 특사 접견 전부터 중국과 만나면 지난해 6월 중국이 통과시킨 ‘신노동법’으로 우리 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을 피력하겠다고 해서 우리의 경제이익을 챙기려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15일 왕부부장을 만나면서 이를 의제로 삼았다. 그러나 문제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우리의 중국에 대한 무지로 나타났다는 것이 대중국 외교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히는 격이 될까 심히 걱정된다.
의제로 논의된 중국의 신노동법은 이 당선인 말대로 중국의 우리 기업에 많은 애로사항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 당선인 측은 중국의 신노동법이 임금 상승과 중국 노동자의 권익을 더욱 부추겨 우리 기업에 어려움을 배가시킬 것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신노동법 주요 골자는 근로계약 서면화, 근속기간에 따른 장기고용 유도 및 보장과 노동조합의 권한확대이다. 서면계약으로 고용인은 국민연금, 의료 및 산재보험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임금상승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10년 이상 근속 근로자는 종신고용되고 이를 어길 때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신법안 적용 과정에서 고용주와 조합의 협의 의무화는 노동조합의 행정권을 강화시켜 우리 기업에 어려움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동 법안의 제정 배경의 관점에서 보면 그 의도는 다르다. 왜냐면 단지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익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다. 중국 경제구조 개혁 노력의 결과다. 2006년에 발표한 ‘11차 5개년 계획(2006~10)’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경제구조의 개혁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구조개혁은 성장률 중심이 아닌 친환경적이고 첨단기술 중심의 산업으로의 전환이다. 즉, 신노동법을 통해 고용주의 부담을 배가하면서 환경오염의 근원이자 포화상태의 가공무역 산업체를 우회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동 법안의 효과에 대한 중국정부의 기대는 크고 적극적이다.
중국은 선진사회로의 도약을 위해 경제구조 개혁 노력을 배가시킬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 기업에 미치는 파장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다. 그 때마다 정부가 나설 수 없다.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겠지만 경제이익의 기치하에서는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우리 기업이 그간 중국의 제도적 결함과 미비함을 이윤창출의 분수구로 활용했다. 우리 기업도 중국 사회의 일원으로 중국 당국과의 협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 당선인의 말대로 중국은 우리에게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 중국의 문제를 전문성 없이 다루는 것은 비실용적이며, 우리의 중국에 대한 무지가 탄로난 이상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
[[경향신문 2008-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