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상준-아기별 탄생지 ‘오리온 성운’
[과학칼럼] 아기별 탄생지 ‘오리온 성운’
- 김상준 / 경희대교수 우주과학과 -
요즘 저녁 식사하고 뜰에 나가면 직사각형 모양의 오리온 별자리가 제법 남쪽 밤하늘에 높이 올라 반듯하게 세로로 서 있다. 지난 달만 하더라도 비스듬히 남쪽 하늘에 누워 있었다. 오리온 별자리 안에는 세 개의 별로 이루어진 삼태성이 가운데 가로로 늘어서 있고, 어두운 밤하늘에서 자세히 보면 삼태성의 왼쪽 첫 번째 별 밑에 또 다른 세 개의 별이 세로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중 가운데별은 뿌옇게 보이는데 이것은 별이 아니라 오리온성운이다. 그 밝기는 4등급 정도이고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성운들 중 가장 밝다. 오리온성운은 별들로 이루어진 성운이 아니고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성운이다. 그러나 오리온성운은 성운 내에 존재하는 무진장한 가스와 먼지를 사용하여 수백개의 아기별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우리 은하수에는 아기별을 탄생시키는 곳이 여럿있지만 오리온성운은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커다란 아기별 탄생지이다. 인간으로 보면 가까이에 있는 종합병원 산부인과 같은 곳이라고나 할까.
- 태양계 생성 비밀 간직 -
우리는 가끔 해와 달, 그리고 우리 지구를 보면서 이것들이 어찌해서 생겨났나 하는 의문을 가지곤 한다. 최소한 45억년 전 이전의 일들이라 현재 별로 남아 있지 않은 생성당시 흔적들을 더듬어 그 생성 시나리오를 추적해 나가는 것은 지구 과학자들도 아주 힘든 작업이다. 그러나 지금 막 아기별들을 대량으로 만들고 있는 오리온성운 같은 아기별 탄생지를 유심히 관측해 보면 우리 태양계 생성 시나리오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리온성운 관측에는 어려움이 있다. 즉 성운의 짙은 가스와 먼지로 아기별 탄생 장소가 바깥에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짙은 가스와 먼지를 뚫고 볼 수 있는 적외선 망원경이나 전파 망원경을 사용한다.
세계적으로 아기별 탄생을 활발히 관측하고 연구하는 곳 중에 하나는 칠레의 안데스 산맥 자락에 있는 아타카마 사막이다. 아타카마 사막은 매우 건조한 지역이고 가장 건조한 곳은 인간이 그곳을 처음 방문한 후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날씨가 비교적 안 좋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칠레 정부에 돈을 지불하고 아타카마 사막의 산위에 100여개의 대형 망원경을 설치하여 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남반구 밤하늘을 관측하고 있다. 칠레 정부는 황량한 사막을 유럽 국가들에 임대하여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천문학자들도 남반구 관측을 위해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와는 정 반대편에 있는 칠레의 천체관측소를 많은 여행시간을 투자하여 방문하곤 한다.
이번 달 초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나이가 1000만년밖에 안 되는 아기별 주위를 도는 아기행성을 한 가스 성운 속에서 독일의 제티아반(Setiawan)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망원경을 사용하여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 아기별의 나이가 1000만년이므로 그 주위를 도는 아기행성의 나이는 1000만년 미만이 되는 셈이다. 아기 행성이지만 그 크기는 태양계에서 제일 큰 행성인 목성의 10배 정도가 된다고 한다. 제티아반 박사에 의하면 이 아기행성은 원래 아기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형성되었는데 성운의 가스와 먼지 속을 돌다 보니 회전 에너지가 떨어져 아기별 근처까지 떨어져 내려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 겨울 가기전에 관측하길 -
아기별에서 가까운 주위는 아기별에서 내뿜는 빛의 압력으로 가스와 먼지가 불려나가 맑은 지역이 되었는데, 아기행성이 이곳까지 내려 와서 안정된 공전궤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아기별 주위에도 많은 가스와 먼지가 있었다면 회전 에너지가 계속 떨어져 아마도 아기별에 충돌하여 없어져 버렸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발견된 태양계 밖 행성들의 숫자는 270개 정도이고, 이들 중 대부분은 목성과 비슷하든지 큰 행성이었는데, 작년 5월 달에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까지 발견되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아기별과 아기행성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오리온 별자리는 내달부터 서서히 서쪽하늘로 누워가고 봄이 되면 다시 볼 수 없다. 그러나 오리온 별자리는 올해 말 겨울이 다가오면 초저녁 밤하늘에 오리온성운과 함께 또 다시 떠오를 것이다.
[[경향신문 2008-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