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진짜 명품은 나 자신


동문기고 목요칼럼-진짜 명품은 나 자신

작성일 2008-01-25
안호원 news@pharmstoday.com 

요사이는 진품과 모조품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모조품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이 유명 브랜드 회사의 디자이너 작품을 똑같이 모방하여 진짜처럼 갖고 다닌다. 얼마나 정교하고, 문장(紋章)마저 똑같은지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식별할 수 없을 정도다.

모조품이 너무 판을 치다 보니 오히려 진품을 더 의심하게 될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런 세상이 되다보니 속임수와 거짓말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오죽했으면 매년 그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해온 교수신문이 지난해 사자성어로 자기기인(自欺欺人)을 선정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과 속임수를 썼으면 이런 사자성어가 선정되었는지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결국 자기를 속이면서 남도 속게 만든다는 '자기기인'. 허기사 지난해는 대학총장과 교수들의 논문이 표절로 드러나지를 않나, 심지어는 대선 판에선 음해와 거짓말이 난무했으니 그런 사자성어가 나올 법도 하다.

이런 사회가 되다보니 오히려 솔직한 사람의 진솔한 말까지도 의심을 하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웃지 못할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 가짜와 거짓말과 속임수가 한두번은 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래가면 결국은 들통나기 마련이다.

뜨내기 손님만 상대할 요량이라도 그 속임수가 오래도록 지속될 수는 없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다간 머지 않아 손님의 발길이 끈기면서 가게문을 닫게 된다.

어찌 보면 지금 우리는 생산 과잉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굶주리고 찌든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지만 백화점에 가보면 완전 딴 세상이다. 좋은 상품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다. 어느 경우는 명품만을 취급하는 매장이 있고 여유 있어 보이는 고객들로 붐비는 모습을 보게 된다.

최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이 핸드백을 단 24개 한정으로 세계 시장에 내놓았는데 제품이 미처 나오기도 전 모두 예약 판매로 매진되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백금버클에 총 10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손잡이에 박고, 가죽으로 만든 '크로커다일 버긴'을 12만 달러에 단 2개를 출시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그런 영향을 받은 탓인지 국내 모 백화점에서도 전체 매상율 30% 이상을 올리는 1%의 VIP 고객을 위한 이벤트 사업으로 몇 억짜리 시계 1개를 출시하겠다는 기사를 보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일이니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뭔가는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 부자가 어느 날 몇 개월 동안 외국여행을 하면서 큰 고민이 생겼다. 문제는 자신이 수 십년 동안 모아 놓은 진품·골동품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다. 도난의 걱정으로 잠까지 설칠 정도다. 난방지기 설치와 무서운 개를 생각하고 경비원 채용까지도 생각해 보았지만 모두가 다 불안할 뿐이었다.

그때 불현듯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 부자는 즉시 거리에 나가 많은 그림들을 싼 가격에 구입해서 그 그림 밑에 비싼 가격표를 붙이고 자신이 아끼는 소중한 진품을 그 사이에 진열해 놓고 여행을 떠났다.

몇달 후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도둑이 왔다간 흔적이 있었는데 자신이 아끼던 진짜 진품은 그대로 놓아두고 어마어마한 가격표가 붙어 있는 가짜 그림들만 몽땅 집어간 것이다.

도둑이 집주인에게 속은 것이고, 그 도둑은 속임수를 쓴 가격표에 속아 아무가치도 없는 가짜를 가져가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해가며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도 내놓았던 것이다.

오늘 현재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도둑처럼 가짜를 진짜로 알고 가격표에 현혹되어 성취감에 빠져 있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더 더욱 안타까운 것은 가짜임을 알고 사면서도 그 가격에까지 속임을 당하면서도 흡족해 한다는 것이다.

일신(一身)의 안위를 위해 거짓말과 속임수를 쓰고 명품에 현혹되어 가치있는 자신의 인생을 함부로 내던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람에게는 누구라도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가치가 있다. 아울러 누구든지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가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가치관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지 자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돈, 가족, 일, 명예, 학력, 외모, 쾌락 등 모든 것에는 반드시 상대적인 가치가 있다.

사람은 그 사람 자체가 가격환산이 안되는 진품이고 영원히 변치 않는 상품이다. 그런 우리가 눈에 보여지는, 일시적인 진품·명품을 갖기 위해 혈안이 되거나 어떤 소유욕에서 자신을 속이고 남까지 속이며 사는 삶에 빠질 수는 없다.

'내가 왜 사는지?' '내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먼저 생각하며 자신이 진품·명품으로서 그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부자나 도둑같은 삶을 살아서는 안된다.

영원불멸하지도 않은 내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알지 못한 채 오직 세상의 쾌락과 성공에만 집착해서 살아간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삶에 불과하다.

단 하나밖에 없는 자기의 존재가치를 영원하게 하는 것은 거짓되지 않은 인격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을 담보로 자신만 잘 살면 된다는 인명경시, 물질만능주의를 탈피, 인간중심의 도덕성 회복이 절대로 필요한 때이다.

예술가들이 혼신을 다해 불후의 명작을 남기듯 우리의 짧은 인생을 불후의 작품같이 영원히 살게 하는 '명품 인생'으로 만들어야 한다.

천지창조 이후 이 땅에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또 죽는다. 그 억조창생 중에 자기라는 존재는 단 하나밖에 없다. 그렇기에 가장 소중한 존재, 진품은 바로 자기자신이다.

그런 진품을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자기자신을 이겨내며 자기 안에 내재된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며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자기존재를 '인격'이란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그게 바로 명품으로서의 삶을 사는 명품 인생이라 할 수 있다.

거짓말하지 않고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진실한 삶에서만 우리가 명품 인생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

우리 육신은 절대자인 하나님께서 만든 최고의 예술작품이자 명품이다. 그래서 작은 일상(日常)도 함부로 할 수는 없다.

눈금자로 삶의 행복을 잴 수는 없을지라도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이 명품 인생임을 알 때 비로소 이 사회는 더욱 더 밝고 맑은 사회,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