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재욱-한·미 FTA, 盧정부내 마무리해야
<포럼> 한·미 FTA, 盧정부내 마무리해야
- 안재욱 (경제75/ 28회) / 경희대 교수·경제학, 美 오하이오주립대 방문교수 -
노무현 정부에서 잘한 경제정책이 있다면 그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다. 노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 기반인 진보세력으로부터 ‘신자유주의자’로 공격 받으면서까지 뚝심으로 밀어붙여 타결시킨 것은 높게 평가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미 FTA 협정이 타결되고 그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고 답답한 일이다.
우리가 한·미 FTA를 해야 하는 이유는 자유무역을 통한 개방이 가져다주는 이점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경제가 오늘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자유무역을 통한 대외 개방 때문이었다. 1960년대 초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되지 않았던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이르고, 경제 규모가 세계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자유무역을 통한 시장 개방 정책을 채택한 결과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쇄국을 해서 망하거나 곤란을 겪은 나라는 있어도 개방을 해서 잘못된 나라는 없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북한을 보면 알 수 있다. 1945년 광복 후 한국보다 더 월등한 경제적 위치에서 출발한 북한은 폐쇄경제를 고집하고 사회주의를 채택한 결과, 극심한 빈곤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지 않은가.
다른 국가들의 역사를 봐도 그렇다. 개방을 하고 시장경제에 가까운 제도를 도입한 시기에는 번영과 풍요를 누렸지만, 문을 닫고 반시장경제적인 조치를 취한 시기에는 어김없이 곤란을 겪었으며 세계사의 주역에서 멀어져 갔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네덜란드와 중국이다.
사실 FTA는 완전한 자유무역은 아니다. 완전한 자유무역은 상대 국가가 어떠한 정책을 쓰든 우리가 일방적으로 관세와 쿼터 같은 모든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다. 지역적으로 제한하고 쌍방 간에 협약하는 FTA는 보다 더 효율적인 제3의 생산자가 배제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국내경제에 경쟁이 도입되고, 소비자 가격이 하락하여 소비자 후생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익집단의 힘에 의한 정치적 이유로 완전한 개방이 불가능한 여건에서 FTA로 이익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가지 규제나 제도들을 완화하고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FTA를 통해 외교와 군사적인 유대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미 FTA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양국 국회의 비준을 모두 받아야 한다. 우리만 비준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미국 의회에서 비준이 되지 않으면 협상이 무효가 된다. 지금 미국 의회 쪽 분위기가 좋지 않다. 올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의회 다수당이자 보호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민주당이 한·미 FTA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한·미 FTA가 미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열심히 대 의회 로비를 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 의회에서 페루와의 FTA 비준 동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는데, 한·미 FTA와 미·콜롬비아 FTA 비준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미·페루 FTA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국회의 비준 동의를 마무리한다면 미 의회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국회가 진정 국민을 생각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조속히 한·미 FTA 비준을 동의해야 한다. 그리고 노 정부의 임기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결자해지라 하지 않는가. 한·미 FTA는 노 정부의 가장 큰 공적이다. 역사에 그렇게 기록되게 하는 것이 좋다.
[[문화일보 2008-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