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준-유류세 인하가 시급하다


동문기고 문병준-유류세 인하가 시급하다

작성일 2008-01-04

<포럼> 유류세 인하가 시급하다
 
- 문병준 / 경희대 교수·경영학 -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도 지적했듯이 새 정부의 정책적 우선순위는 무엇보다 민생경제의 회복과 투자 활성화에 두어야 할 것이다. 최근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석유류 제품 가격이 민생에 미치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고유가의 지속은 물가 상승 압박을 초래하여 무엇보다 서민생활 안정과 중소기업 경영에 큰 짐이 된다. 국제 원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유류세를 내리고 국내 석유제품 시장의 유통구조를 개선하여 정유사와 주유소의 마진을 내리는 방안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정부는 수입관세를 내리겠지만 유류세 인하는 환경 문제와 소비절약을 이유로 안된다는 입장을 보여왔고, 정유사들은 폭리가 아닌 정상적인 이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우리나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가입과 비축 의무 이행에 따라 정부 비축 60일, 민간 비축 30일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비축유 확보와 저장의 기본 목적은 석유 공급 위기 시에 대비한 것이지만 정부의 그간 정책 대응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입장인 것처럼 보인다. 최근 고유가 상황은 비록 석유 공급 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유가 관리를 위해서는 비축유의 탄력적 운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유사의 마진과 가격 결정 구조 문제에 관해서는 현재 국내 정유산업은 5개 정유사가 일종의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지만 수입사 등의 존재로 제한적인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정유사의 마진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정유사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에서는 최근 중동산 원유와 휘발유, 경유 등을 기초상품으로 하는 선물시장이 개설돼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선물시장의 기본 기능은 시장 참여자에게 가격 변동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기능 외에도 현물시장의 가격 형성에 기여함으로써 가격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동북아시아 지역 에너지 물류의 거점을 확보하고 국내 석유류 제품 가격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석유 제품 선물시장을 개설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빈곤가구 비중이 7.8%에 이르는데, 중·장기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에너지의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대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겨울철 빈곤층 가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불의의 화재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과세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을 웃도는 우리나라의 현재 유류세 비중을 감안할 경우 서민경제 부담 완화와 중소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유류세 인하를 조속히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 수단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의 고유가 상황을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정유사에 대해 비축유를 대여하는 방안을 포함, 비축유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유사에 대여할 경우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배분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내 석유제품 시장의 가격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현행 석유공사의 석유제품 가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여 소비자들에게 보다 빠르고 정확한 가격 정보를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2007-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