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언-문화가 바뀌어야 경제가 산다


동문기고 김동언-문화가 바뀌어야 경제가 산다

작성일 2007-12-26

문화가 바뀌어야 경제가 산다

-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

  바야흐로 대선(大選) 철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12명이나 되는 이들이 대통령 후보로 등록했는데 역대 최다라고 한다. 선거 열풍이 어떻다느니 판세가 어떻다느니 하며 언론매체들은 각종 수사(修辭)들을 동원해 저마다의 기호를 따라 달려가느라 바쁘지만, 일반 국민의 일상은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그 무엇도 딱히 없다.
 우리가 치르는 선거는 아직도 직업 정치인과 그 주변인, 그들만의 잔치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을 모시겠다던 후보들의 뜨거운 미사여구는 선거 이후 시나브로 자취를 감추고 말지 않던가. 서로 다른 의견과 가치관을 존중하고 참여하며 성숙하게 조율해 나가는 기회로써의 선거, 선거문화라는 말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이번에도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경제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경제를 되살리겠다,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데 언제 경제가 좋았던 시절은 과연 있었던가 싶다. 경기가 좋았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경제에 모든 것을 걸고 있을까?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데 토를 달겠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면 그보다 '문화'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 싶다. '문화'라는 개념이 고상한 것, 그저 무대쯤에 머무르는 것으로서의 예술 개념을 넘어선 지는 오래 전의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정의가 있어 왔지만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내용으로는 '인간 사이의 관계와 가치'를 말할 수 있다. 정치문화, 음주문화, 조직문화, 교육문화 등등 어지간한 단어 뒤에 '문화'를 끼워 넣어도 아무런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그 용례는 광범위하다.
 문화는 한 나라의 미래 비전과 발전의 토대를 이루는 근간에 다름 아니다. 그동안의 근대화 과정에서는 경제 논리가 앞섰고,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그 뒤에 조용히 머무르던 문화의 영역은 그야말로 '밥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였다. 문화 얘기는 배부른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에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건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니 무엇이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된 것만은 사실이다. 혹시 아직도 우리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가인가?
 오래 전도 아니다. 온 나라가 외환위기를 통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심각한 경제위기였다. 프랑스의 문화비평가이자 경제학자인 기 소르망은 '한국이 겪는 위기는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세계에 내세울만한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 상품 부재'라고 지적했다. 돈도 있고 상품도 있는데 문화가 없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극심한 문제들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양극화의 문제, 사회적 소수자들이 여전히 배제된 채 달려가는 사회, 경쟁 논리에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 환경 문제, 더 나아가 사회 모든 조직에 만연한 구조적 비리와 전근대적 관행은 선진 사회로 진입하려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문화, 기업문화, 조직문화, 교육문화, 상거래문화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선거를 앞두고 쇼는 있는데 쇼가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것이다. 우리 대선 후보들의 문화공약과 비전은 무엇인가? 5년짜리 경제상품으로는 이젠 안 된다. 문화가 바뀌어야 경제가 산다.
 
[[중부일보 2007-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