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정치, 그 이상과 현실의 갭


동문기고 백승현-정치, 그 이상과 현실의 갭

작성일 2007-11-09

[옴부즈맨 칼럼―백승현] 정치, 그 이상과 현실의 갭 

- 백승현 교수 (정외72/ 24회) /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

17대 대통령 선거일을 50여일 남겨두고 불거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출마설로 인해 유권자들의 표심이 혼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출마 발표도 하지 않은 그의 지지율이 20%를 넘어서며 범여권 또는 좌성향 후보들을 누르고 2위를 기록하다보니 그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명박 후보가 지지율 50%대를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지만, 범여권의 호언대로 BBK 사건이나 도곡동 땅 문제 등으로 인해 한방에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후보 유고시에 대비한 스페어 후보론과 함께 이 후보의 자질부족론, 야권후보 단일화론 등이 거론되는 것이다.

여하튼 시중 관심사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할지, 그리고 출마할 경우 대선양상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에 모아지는 것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그의 출마는 지금까지 자신이 몸담아왔고, 두 번이나 그 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던 사람으로서, 더욱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다가 경선 후 막판에 출마하려는 것인 만큼 정치도의상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행태다. 그의 이번 대선출마는 1997년 대선 당시 자신의 패배를 조장했던 이인제씨의 전철을 밟는 것이므로, 대쪽과 원칙주의자의 이미지를 쌓아온 이 전 총재 자신의 명예와 품위에 흠집을 내게 될 것이다.

이 전 총재의 출마 움직임과 관련해 국민일보는 이러한 정도(正道)와 대의(大義), 정론의 관점에서 이를 비판하는 기사와 사설 등을 여러 차례 게재하였다. 이진곤 칼럼 1회, 사설 2회, 한마당 칼럼 1회, 국민만평 2회뿐 아니라, “이슈분석: 출마 저울질 이회창, 거센 역풍에 맞닥뜨리다. ‘도의 어긋난다’ 한나라 분노”(10월31일자) 제하의 기사를 박스로 처리해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더하며 1면 머리기사로 실은 것이 특별히 눈에 띈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에서의 정도와 대의는 현실론으로 추구되기보다는 이상론으로 논의되는 성격이 강하다. 그렇기에 아무리 이상론적 관점에서 언론에서 간언하고 비판할지라도 행위자가 현실적으로 그것을 선택하지 않으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에서 이 전 총재는 자신의 이미지 실추를 무릅쓰면서까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지극히 현실론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적 현실주의자였던 마키아벨리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정치지도자의 비도덕적(Immoral) 행위를 용인하고 정당화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정치는 도덕과 무관하다고 하는, 즉 무도덕적(Amoral) 관점에서 정치를 바라볼 것을 제의했던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총재가 끝내 출마를 강행한다면 그를 비판,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그의 선택과 결정은 불가불 17대 대선정국의 현실을 형성하는 한 요소가 될 것이고, 그게 바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치는 이상과 현실이 한데 뒤섞여 씨름하고 춤추는 현장인 것이다. 대선정국의 향방을 계속 지켜볼 일이다.

한편 국민일보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점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라이즈업 코리아 프로그램의 일환인 기획면의 ‘이제 자전거다’ ‘제2부:자전거 방해꾼들’(10월23일자)과 ‘제3부: 자전거 선진국을 가다’(10월30일자)는 좋은 문제의식 위에서 잘 기획된 기사였다. 또한 ‘청계천 밤길걷기:우리의 생명은 세상보다 소중해요’(10월27일자)는 환경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도심 밤길을 걸으며 정담을 나누고 또한 이웃을 돕는 행사로, 마라톤대회를 경쟁하듯 카피하여 주최하는 여타 신문사들과 달리 차별성있는 접근으로 국민일보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케 하는 좋은 시도라 할 만하다. 향후 서울 이외 지역으로의 확산 시도도 해봄 직할 것이다.

[[국민일보 2007-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