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박영국-흡연보다 위험한 잇몸 질환
[박영국 교수의 LOVE TOOTH] 흡연보다 위험한 잇몸 질환
-박영국 (치의72/ 28회) / 경희대치대 교수·교정과 -
“인X돌이 좋을까요, 아니면 이X탄을 먹을까요?”
이가 시리고, 흔들리다 보면 어떻게 하면 쉽고 간단하게 위기를 벗어날까 고민한다. 하지만 사태 수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잇몸의 염증 즉 치주질환은 겉으로 드러난 것 이상으로 심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치주질환이 치아 몇 개 빠지는 것 이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주질환은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잇몸의 염증, 심장과 혈관질환, 당뇨병의 위험인자는 서로 맞물려 있다. 치주질환이 심혈관질환·당뇨병 등 성인병의 발병률을 높이고, 이들 질환이 치주질환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가지고 있다.
뜬금없이 잇몸과 심장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잇몸은 순환기계와 내분비계를 통해 우리 몸의 각 부분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납득이 간다.
특히 치주질환이 있는 임산부의 경우 저체중아 또는 조기출산의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또 치주질환을 가진 경우 심장의 관상동맥질환 위험도가 25% 증가하며, 25∼49세의 남성에게선 70%까지 증가한다. 심지어 잇몸질환은 흡연보다 더 생명을 위협한다는 보고도 있다. 한 치과 교과서엔 잇몸 염증으로 뼈(치조골)가 상실된 경우, 흡연보다 52%나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잇몸 염증은 어떤 경로를 통해 심장병을 악화시킬까.
치주질환을 가진 사람은 백혈구와 혈중 섬유소원이 증가한다. 이런 현상이 혈액을 끈끈하게 만들고, 그 결과 허혈성 심장질환을 촉발한다.
동맥혈관을 막는 색전증도 우려할 만하다.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의 표면에는 지방다당체라는 물질이 붙어 있다. 이 물질이 혈관을 손상시킨다. 이로 인해 염증성 물질과 혈전이 만들어지고, 혈전은 혈관을 떠돌다 혈관을 막는다. 치주질환을 가진 사람은 건강한 사람보다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위험이 약 2배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잇몸을 항상 관리하는 것은 이제 단순히 치아를 위하는 일만은 아니다. 심장과 혈관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구강위생에 관심을 가져보자.
[[중앙일보 2007-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