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준-우리의 우주쇼를 보고싶다


동문기고 김상준-우리의 우주쇼를 보고싶다

작성일 2007-11-02

[과학칼럼]우리의 우주쇼를 보고싶다

- 김상준 / 경희대교수·우주과학과 - 
 
올해도 공군이 주관하는 서울에어쇼가 성남비행장에서 열렸다. 푸른 가을 하늘 속으로 치솟는 첨단 전투기들을 보면 누구라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그 자리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공군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마음 든든함을 가졌을 것이다. 각종 첨단 항공 우주무기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체험해 볼 수 있었고 실내 전시장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국방관련 인사들의 비즈니스 외교도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각종 전시 행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에어쇼라면 50대 이상인 사람들은 1960년대 초 여의도에서 매년 국군의 날 때 행해지던 에어쇼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당시 여의도는 모래사장으로 대부분 뒤덮여 있었다. 거기에 모의 탱크나 표적을 놓고 6·25 당시 맹활약을 하던 F86 세이버 제트기들이 여러 번 폭격을 하는데 온 서울 시민이 지축을 흔드는 폭발음을 들어야 했다. 폭격의 끝은 소이탄의 일종인 네이팜탄으로 모래사장을 불바다로 만드는 것으로 가상의 적을 완전 섬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에어쇼의 마지막 단계는 수백 명의 낙하산 부대원들이 여의도를 점령하는 것으로 이때는 버섯 같은 낙하산들이 공수비행기 꼬리에서 수없이 나오는 것을 목도하곤 했다. 필자의 집은 당시 서울 노고산 근처였다. 국군의 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친구와 함께 노고산 정상에 올라 여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당자리를 골라 국군의 날 에어쇼를 감상하곤 했다.

- 에어쇼에서 본 미래의 하늘 -

그 당시 우리 공군은 절대적으로 미 공군에 의존하고 있었을 때였다. 오늘날 우리 공군은 자체 생산한 초음속 전투기를 포함하여 장비나 기술면에서 상당히 발전하였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육군과 해군의 발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그 발전이 현저히 부족함을 알 수 있다. 며칠전 어느 언론은 우리나라 장성의 73%를 육군이 차지하고 있어 무기획득 및 군 정책 주요 의사결정을 육군이 독점하는 등 육·해·공 3군의 균형발전을 심각히 저해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였다. 해군은 세계 제1의 조선강국인 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지스함을 비롯한 각종 군함과 잠수함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우주군을 지향하는 공군은 F16 등의 도입과 초음속 훈련기와 기본훈련기 국내생산을 통해 항공력은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이나, 우주전력은 전무한 상태로 우주전력 체계 구축이 시급한 상태이다.

현대전은 항공우주전이다. 항공 및 우주를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 공군은 1982년 우주사령부를 발족시켜 앞으로 다가올 우주전을 대비하였으며, 이라크 전을 포함한 최근 전쟁에서 정보, 감시, 정찰(ISR) 위성을 사용하여 초정밀 미사일 요격을 가능하게 하였고, 군장비와 병력을 정확한 위치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중국은 최근 독자적인 위성항법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으며, 일본은 통신, 관측, 기상위성을 운영하고 있어 언제든지 군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러시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주선진국으로서 국가 우주전력체계가 구축되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주변상황을 볼 때 미래의 전쟁에서 주변 강대국들이 그들만의 위성 정찰시스템을 사용하고, 우리는 쓰지 못하게 한다면 우리는 이라크와 같은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현 상황은 미래전인 우주 전에 대비할 수 있는 우주 자산이 전무한 상태로서 우주전력 조기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 조속한 우주전력 구축 기대-

이러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한국천문연구원과 공군의 확대협의회를 통한 우주감시체계 공동연구 및 구축을 위한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 효율적인 항공우주작전 수행 및 우주무기체계 운용을 위해 공군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가길 기대해 본다.

우리가 21세기에도 자주국방을 이룩한 독립국가로 남아있기 위해선 항공우주전력을 조속히 확보하여 유사시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우리 상황을 생각할 때 임진왜란 시 첨단무기인 일본의 조총에 맞선 우리의 모습이 갑자기 떠오른다. 에어쇼의 하늘에 노을이 진다. 향후 더욱 강해진 우리의 항공우주력을 기대해 본다.

[[경향신문 2007-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