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강효백-중국법제 오해 심각하다
[매경광장] 중국법제 오해 심각하다
- 강효백 / 경희대 중국법무학과 교수 -
한ㆍ중 양국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15년이 지났다.
빛을 향해 질주하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 속도와 경쟁이라도 하듯 두 나라의 교류는 급진전돼 왔다.
우리의 중국에 대한 이해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어 역사 지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과 심화를 거둬 왔다. 하지만 중국의 법제 분야에 관한 관심과 이해는 유독 취약한 편이다.
우리는 대부분 아직도 중국을 법치사회와는 관계없는, 인치와 관치의 공산당 일당독재국가로만 알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기업들은 한결같이 중국의 법제 미비와 복잡하고 불명확한 법규를 기업 운영상 최대 애로로 들고 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각 분야에서 법제화가 가속화하고 있고, 시행의 투명성도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선진국 수준과 비교하면 법규의 자의적인 운용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법규가 충돌하는 등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인식의 오류는 자기 나라의 문화나 제도, 학습 과정에서 배양된 의식구조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습성에서 출발한다.
필자의 오랜 현지 실무 경험에서 중국 법제에 대한 착각에서 기인한 실패 사례 중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만 들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실제 사업에서는 상위법보다 하위 법령이 훨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령(시행령)과 행정 각부의 부령(시행규칙)에 해당하는 중국의 하위 법령은 조례(條例) 규정(規定) 설명(說明) 의견(意見) 통지(通知) 해석(解釋) 등으로 표기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중국의 하위 법령들을 이름 그대로 단순한 설명이나 의견 해석 통지 등 규범적 효력이 없는 비법률성 문건으로 오해해 소홀히 대하고 있다. 일부 전문 서적에서도 `준법률`이라는 출처 불명의 용어를 사용해 서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령 명칭으로만 그것이 법률인지 대통령령인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조례인지 효력의 우선 순위를 알 수 있다.
중국은 이같이 다양한 명칭을 효력 순위와 상관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 법령의 효력 순위를 파악하려면 해당법령을 제ㆍ개정한 기관이 어디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둘째, 외국인 투자 기업에 제일 중요한 중국의 기본 법률 세 가지는 이른바 `삼자기업법`이라고 불리는 합자기업법 합작기업법 외자기업법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삼자기업법을 중국 국내 기업에 관한 일반규범인 회사(公司)법의 하위법으로 잘못 알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다수 나라의 국회가 제정한 법률은 그 효력이 동일한 것과는 달리, 중국 법률의 효력은 우리의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제정한 기본법률과 국회 간부로 구성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제정한 기타법률로 이원화돼 있다.
소헌법(小憲法)으로 불리는 기본법률은 2007년 8월 말 현재 25개에 불과하며 기타법률보다 우선적 효력을 지닌다. 삼자기업법은 올해 3월에 제정된 물권법과 기업소득세법과 같은 기본법률로서 기타법률인 회사법보다 우선하는 상위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실패의 근본 원인은 네 탓도 그들 탓도 아니다. 내 탓이요 우리 탓이다. 중국의 법제 미비보다는 중국 법제에 대한 오해라는 생각이다.
[[매일경제 2007-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