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이성근-잘못가는 부동산 정책
[헤럴드포럼] 잘못가는 부동산 정책
- 이성근 (임학73/ 77회) / 경희대 교수 -
지방미분양 사태 정부매입 단기처방보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등 금융.세제지원 근본해결을
지난달 청약가점제.분양가상한제 시행과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사들이겠다는 발표 이후 수요자들의 혼란과 전매제한에 대한 강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아파트의 땅값 산정방식과 분양가격 조건에 대해서도 부정적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진단해 정책을 시행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컨대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공급물량과 주택보급률은 현저하게 차이가 있으며 수요층이 다르다. 지방 미분양의 8만여 채 중 80% 이상이 85㎡ 초과 중대형이므로 국민임대용으로 적합한지 의심스럽다. 국민의 세금을 팔리지 않는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란과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지방의 미분양은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소나기식 집값 안정 정책이 실패한 대표적 사례이다. 각종 규제를 수도권과 지방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시장여건과 재무구조가 취약한 일부 건설업체들이 수요를 잘못 추정해 실패했다며 전적으로 이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또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겠다면서 미분양 지역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는 취지가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며, 수도권 10년, 비수도권 5년의 분양권 전매제한 금지기간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이론적 모순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미분양 단지 아파트에서 이미 분양받은 입주자와의 마찰도 충분히 고려돼야 하나 정부는 매입에만 급급한 인상이다.
단기적인 응급처방 성격이 짙은 미분양 아파트 매입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규제를 부분적으로 조정해 금융.세제 지원 등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하나의 대안으로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 50% 중과세를 완화해 부동산 유통시장을 활성화하면 미분양 사태를 해소할 수 있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임대주택의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다른 해결책으로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탄력적인 해제를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청약가점제가 미분양지역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후분양제도가 도입되면 다시 개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 않은가. 왜 이렇게 서둘러 실시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진정 무주택자에게 필요한 것은 수학적인 당첨기회 부여보다는 우선 재정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2005년 11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운용됐던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과 유사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왜 정부가 앞장서 아파트 커트라인을 공개해야 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조치로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을 정부가 나서 구분해주는 꼴이 돼 예상하지 못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과거의 한 예로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할 시점에 아파트 가격 안정을 위해 ‘버블세븐지역’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부동산시장에 처음으로 사용했고, 아파트 부녀회가 가격담합을 한다 하여 불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후 지역별 아파트 가격을 정부가 공개해 오히려 가격담합을 인정해주는 격이 되지 않았는가. 미국의 부동산 거래시장처럼 수요자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스스로 시장가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자료를 잘 관리하면 되는 것이지 정부가 직접 공개할 일이 아니다.
그동안 국민임대아파트가 사업성이 떨어지며 입주자 사후관리에 많은 문제를 야기했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임대아파트가 우선적으로 제 역할을 수행할 때에 민간부문이 시장에서 스스로 유인될 수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수요자 중심에 맞춘 거래를 위해 지역적으로 불합리한 규제부터 단계적으로 합리화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거래 위축에 대한 정책방향과 집행방식에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
[[헤럴드경제 2007-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