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레 스메릴리-이탈리아와 국민 기질 비슷하지만 휴가문화선 판이


동문기고 다니엘레 스메릴리-이탈리아와 국민 기질 비슷하지만 휴가문화선 판이

작성일 2007-09-28

[한국에서보니]이탈리아와 국민 기질 비슷하지만 휴가문화선 판이
 
- 다니엘레 스메릴리 / 이탈리아인·경희대 국제교육원 학생 -
 
“한국 사람과 이탈리아 사람이 비슷하죠?”
한국에 왔을 때부터 한국 사람에게 가장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다들 이탈리아가 유럽의 한국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일본 사람들까지 가끔 묻곤 한다. 이런 말을 워낙 많이 듣다 보니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던 나도 “정말 그런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단 공통점부터 보면, 개인적인 성격이 비슷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두 나라 사람들 모두 직설적이고 열정적일 뿐만 아니라 냄비근성, 정치적으로는 선진국가가 아니라는 나쁜 점까지 닮았으니까. 또 사회적으로 보자면, 이탈리아 역시 가족적이어서 마마보이도 많고 집안축제라도 있으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엄마들은 엄청난 음식을 준비한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보고 느꼈던 다른 점도 매우 많다. 가장 큰 차이가 나타나는 부분은 직업문화다. 이탈리아에서는 휴일에는 모든 가게가 문을 닫기 때문에 전날 필요한 것을 사둬야 한다. 이탈리아 사람에게 서울은 정말 신기한 도시이고 한국 사람들 역시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 24시간 편의점에 새벽 5시까지 불이 밝혀진 동대문, 그리고 쉬는 날에도 변함없이 가게는 다 열려 있고 식당 아주머니들은 계속 요리를 하며 심지어 출근하는 회사원을 볼 수도 있다.

모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면 일주일이 ‘월화수목금금금’이 된다고 하니 여름휴가만 한 달인 이탈리아인에게 서울은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방학에도 학원에 다니느라 바쁜 학생들, 휴가도 없이 일하느라 지친 회사원들, 한두 달 만에 새로 생긴 건물들을 보면 한국인들은 너무 빡빡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보기에는 시간에 대한 개념과 사용법이 이탈리아와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는 남들이 놀면 나도 놀고, 오늘 할 일을 다 못하면 내일 끝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한 달 동안의 여름휴가를 위해서 일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노동시간으로 정해진 시간에만 일하기 때문에 시간을 잘못 맞춰 가면 식당에서 밥을 못 먹을 수도 있다. 식당 역시 점심, 저녁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들어가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이탈리아에서 여름휴가는 열심히 일한 자신에 대한 보상이자 즐기는 기간이지, 남들이 놀 때 내가 대신 일하는 기간이 절대 아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인에게 시간은 항상 모자라지만 이탈리아인에게 시간은 넘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탈리아인은 한국인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비슷한 점도 많지만 뚜렷이 차이가 나타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서도 따뜻한 이탈리아의 마음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비슷한 부분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이 내게 이탈리아가 정말 비슷한 나라인지 물으면 이런 큰 차이가 있음에도 나도 모르게 “네, 비슷해요.”라는 대답을 하고 만다. 처음 보는 나를 친근하게 대해 주는 한국인이 내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이탈리아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서 왜 날 외계인 보듯이 하는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세계일보 2007-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