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혜정-고지도 연구 강화해 역사 왜곡 맞서자
[내생각은…] 고지도 연구 강화해 역사 왜곡 맞서자
- 김혜정 / 경희대 교수 -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는 반도 지형이다. 이로 인해 대륙과 해양 세력의 각축장이 되기도 했고, 많은 침탈로 인해 우리 영토와 역사는 적지 않게 왜곡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정통성 확립을 위해 우리 고지도만 아니라 서양에서 제작된 고지도를 더욱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지도에는 지리적인 정보뿐 아니라 그 당시의 역사적인 인식의 결과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해는 역사적으로 유럽인들의 지구탐험과 발견을 통해 17세기와 18세기 초 ‘동방해’로 지도상에 표기됐다. 그리고 18세기와 19세기 초 근접 국가의 명칭이 구체적으로 바다에 표기되면서 ‘코리아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세력이 증강하면서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중반까지는 ‘코리아해’와 ‘일본해’로 병기됐다. 그러다 19세기 후반부터는 일본 제국주의 팽창과 우리나라 강점으로 인해 ‘동해’의 명칭이 점차 ‘일본해’로 고착화돼 갔다. 오늘날 일본은 막강한 경제력을 발판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증대시키면서 우리 영토인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들은 독도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해 침착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중국은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고구려를 자신의 역사에 편입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300여 년 전 서양에서 제작된 고지도나 지도첩을 보면 압록강 유역 북쪽은 우리나라 영토로 그려져 있고, 고구려를 우리나라 역사로 기술하고 있다. 그 후 청나라 강희황제의 명으로 제작된 ‘황여전람도’에는 압록강을 경계로 우리나라를 분리해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1800년대에 벌어진 중국과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전쟁이 오늘날에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느낀다. 중국과 일본의 왜곡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선 확실한 증거가 되는 지도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확립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지도를 연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도 연구에 대한 지원체제가 절실한 실정이다. 정부는 역사 사료에 대한 연구를 더욱 독려하고 연구기관·연구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길 바란다. 자료 없는 연구는 있을 수 없다.
[[중앙일보 2007-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