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정진영-수교 15년, 韓中관계의 기회와 도전
<포럼>수교 15년, 韓中관계의 기회와 도전
- 정진영 /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
한국과 중국은 1992년 8월24일에 수교했다. 과거의 적성국이었던 두 나라가 각기 우방이었던 대만과 북한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수교한 지 15년이다. 이 기간에 양국관계는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엄청난 발전을 했다.
지난 15년간 중국은 연평균 10%에 이르는 고도성장을 달성했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 한국과의 교역이 여기에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거꾸로 중국의 고도 성장이 한국 경제에 크게 기여한 것도 분명하다. 지난해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었고 두 번째 수입국이었다. 우리나라 수출의 21.3%, 수입의 15.7%가 중국과 이뤄졌다. 올해에는 최대 수입국의 지위마저 중국이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홍콩과의 교역을 더하면 거대 중국의 비중은 훨씬 더 커진다.
정치·군사적으로도 한·중관계는 매우 긴밀해졌다. 한국인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이 미국보다 한국에 더 중요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일부 진보적인 정치인들이나 지식인들은 친중반미의 입장을 표명하기도 한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히 그렇다. 미국의 일부 전략가들은 한국이 결국 중국의 영향력 아래 편입될 것이라는 주장마저 제기한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적 의존과 동아시아에 있어서 중국의 정치·군사적 영향력 증대를 감안할 때 결코 황당한 얘기만은 아니다.
그러면 지난 15년간 일어난 이러한 엄청난 변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 수교 15주년의 시점에 중국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이고 무엇일 수 있는가. 이 물음은 한국의 생존과 번영이 결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세계 2∼3위의 경제대국으로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은 한국 경제에 큰 기회였음이 분명하다. 수출시장으로, 투자처로 중국의 성장을 잘 활용한다면 앞으로도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한국의 의존 증대는 두 가지 위험을 안고 있다.
첫째, 중국에 의한 추격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은 머잖은 장래에 기술력이나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한국의 주요 산업들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대중(對中) 수입보다 대중 수출의 증가 속도가 떨어지면서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둘째,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따른 위험이다. 내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의 상하이 국제박람회 때까지는 고속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불안요인을 안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부실 금융과 심각한 빈부 격차, 중국 상품에 대한 국제적 수입 규제와 환율 불안 등이 그러한 요인들이다. 그런 만큼 중국 경제가 갑자기 위기를 맞거나 침체에 빠질 경우 한국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 증대를 위기관리 차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갖는 양면성은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도 분명하다. 중국의 등장은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세력 균형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미·중·일·러 4대 강국이 사이좋게 지낸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이들간 관계가 나빠지면 한국은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특히 군사동맹국인 미국과 최대의 시장인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중국과 북한의 동맹관계와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할 때 한·중 양국은 언제든 갈등관계에 놓일 수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좋은 예다.
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우리에게 위험이 아니라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적으로는 우리의 핵심 산업분야에서 중국을 앞서는 국제경쟁력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하고, 정치·군사적으로는 중국의 세력 확장으로부터 우리의 자주와 국제적 영향력을 지키고 증대시킬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문화일보 2007-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