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국-아기 낳을 준비는 충치 치료부터


동문기고 박영국-아기 낳을 준비는 충치 치료부터

작성일 2007-08-31

[박영국교수의LOVE TOOTH] 아기 낳을 준비는 충치 치료부터

- 박영국 (치의72/ 28회) / 경희대치대병원 교수·교정과 - 
 
 “임신을 하고 나서 잇몸에서 피가 나고, 이가 흔들려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아기의 뼈를 만들기 위해 엄마의 뼈에 있는 칼슘을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임신 여성은 “입 안의 염증이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임신 때문에 나빠진 치아가 출산 뒤에 도로 좋아지는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인다.

 임신은 태아의 성장과 발육을 위해 모체의 신체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는 분수령이다. 특히 임신 초기 3개월은 태아의 신체기관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 입과 얼굴 구조가 이때 만들어진다. 태아의 양쪽 뺨이 가운데로 자라나 서로 붙고, 위턱과 입 천장, 코·인중·입술 등이 형성되는가 하면 치아의 싹(치배)도 발육을 시작한다. 말하자면 얼굴과 입의 기형 대부분이 이 시기에 발생한다. 예를 들면 양쪽 뺨이 서로 붙지 못할 때 구순구개열이라는 언청이가 생기는 것이다.

 임신 기간엔 또 ‘임신성 치은염’이라는 잇몸 염증도 자주 발생한다. 임신을 하면 잇몸 혈관이 늘어나 세균성 플라크와 같은 국소적 자극으로도 쉽게 염증성반응이 나타난다. 이 같은 임신성 치은염에 걸리면 치아 사이의 잇몸이 빨갛게 붓고, 이 닦기와 같은 약한 자극에도 쉬 피가 난다. 이런 증상은 임신 말기로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

 ‘임신성 종양’도 유의해야 할 구강질환이다. 임신에 의한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시기에 입 안 청결을 소홀히 하면 치아에 부착된 플라크나 치석이 잇몸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혹 모양으로 자란다. 심한 통증은 없지만 표면이 긁혀 궤양을 형성하고 출혈을 일으킨다.

 임신과 관련된 구강 질환은 제때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출산 후에도 계속 진행될 경우 젊은 나이에 많은 수의 치아를 잃거나 만성 염증으로 고통받기 때문이다. 특히 만성적인 잇몸 염증을 방치하면 산모 자신의 혈관 손상은 물론 조기출산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언제든지 치과를 방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형 발생이나 유산 위험이 있는 초기 3개월, 그리고 조산이나 자세성 저혈압의 위험이 있는 말기 3개월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태아가 잘 자라고, 모체가 비교적 안정된 임신 4∼7개월의 중반기에 받아야 한다. 또 응급 처치가 필요한 중증 치과질환이 발생했을 때엔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 후 치과치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

 따라서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은 미리 스케일링을 해 잇몸 염증을 조기 차단해야 한다. 충치 치료는 물론 필요한 경우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랑니도 사전에 제거한다. 특히 정확한 칫솔 사용법을 익혀 임신성 치은염 발생을 예방하는 일이 아기와 엄마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필수적이다. 태어날 아기의 건강을 위해 엄마가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은 먼저 입 안을 살펴보는 것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구강관리지수(OQ)를 높여 치아수명을 늘리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OQ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수칙은 정확하고 꼼꼼한 칫솔질이다.

[[중앙일보 2007-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