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다문화 사회' 한국외국인 정책 발상의 전환을


동문기고 조현용-'다문화 사회' 한국외국인 정책 발상의 전환을

작성일 2007-08-27

[기고]'다문화 사회' 한국외국인 정책 발상의 전환을
 
- 조현용 (대학원 박사과정) / 경희대 한국어교육 교수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거리, 마을, 직장, 그리고 대학에서 우리는 쉽게 외국인을 만난다. 더 이상 한국인을 단일민족이라는 울타리 속에 가두어두고, 외국인들을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취급할 수만은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관이 출입국관리사무소이다. 외국인을 단지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듯한 느낌의 명칭이다. 외국인은 출입국만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외국인이 이 땅에 살면서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기관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근 설립된 출입국·외국인 정책 본부는 기존의 관리 위주의 정책을 더불어 사는 공존과 공영의 정책으로 바꾸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외국인을 더 이상 불법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같이 부대끼며 살아갈 이들로 바라볼 일이다. 그리고 그들이 혹시라도 다르다는 이유로 당할지도 모르는 피해를 도와주기 위해서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중 유학생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경제적 목적을 위해서, 결혼 이민자는 새로운 인생을 위해서 한국에 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에서의 삶을 꿈꾸며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이미 한국에서의 삶을 기반으로 하여 모국에 돌아가 힘찬 삶을 영위하는 사례도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단일민족이라고 이야기해 왔으나 이제 다문화 공존의 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유럽이나 미주 지역에서는 이미 인종적, 종교적, 문화적 차이 때문에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 사례들을 잘 연구해야 하며, 우리 나름의 해결책들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노력만 하면 금방 사라질 것 같은 결혼이민자에 대한 부끄러운 플래카드가 거리낌 없이 나부끼고 있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횡포도 여전하다. 재중동포나 구소련지역의 동포, 새터민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있다.

이제는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부끄러워만 하지 말고 정책으로 보살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준비는 더욱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국제결혼 자녀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감정적인 문제는 논리적인 문제와는 다르다. 얼마 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한국어교육과 함께 어머니의 언어를 가르치겠다고 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참으로 옳은 일이다. 우리의 재외동포들에게 한국어교육이 필요하듯이 이 아이들이 어머니의 출신국가 언어를 배울 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올바로 자랄 것이다.

해결책 준비는 기본적으로 공존과 공영으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 어려워지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보다는 불편한 점이 훨씬 많을 외국인들에게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하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과 우리 모두 행복해지는 사회가 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사상 속에서 해답을 갖고 있다. 어느 한쪽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롭게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머무르는 또 다른 우리에게 더 이상 남이 아니라 우리임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다문화시대에 한국이 아름다운 국가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세계일보 2007-08-22]]